[TF이슈] '갓뚜기' 오뚜기 앞에서 벌어지는 '괴상한 시위'
  • 신지훈 기자
  • 입력: 2019.06.04 06:00 / 수정: 2019.06.04 06:00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오뚜기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시위의 주최자가 시위장에 나타나지 않는 데다, 시위의 목적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뚜기 측도 시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며 입을 다물고 있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오뚜기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시위의 주최자가 시위장에 나타나지 않는 데다, 시위의 목적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뚜기 측도 시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며 입을 다물고 있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주최자'도 '목적'도 알 수 없어...오뚜기 측 "잘 해결하겠다"만 되풀이[더팩트 | 대치동=신지훈 기자] 시위 주최자가 시위장에 나타나지 않고, 시위 이유와 목적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괴상한 시위'.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오뚜기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위자들은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알리는 데 비해, 이 시위의 주최자는 '억울하다'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대리인만 내세운 채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 시위의 정확한 이유도 알려진 바가 없다. 게다가 오뚜기 측도 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상속세 성실납세, 전직원 정규직 고용 등 '갓뚜기'로 불리며 착한기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자사의 이미지에 혹여나 흡집이 갈까 그저 시위가 외부로 알려지기를 꺼리고 있을 뿐이다.

<더팩트> 취재 결과 오뚜기센터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괴상한' 시위는 지난 4월 말 시작됐다. 집회가 신고된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더팩트>에 "시위는 4월 말 시작됐으며 6월 23일까지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집회의 주최는 '오뚜기 거래자'로 등록되어 있으며, 행사명은 '거래선 입금 환불 및 회장 면담 촉구 집회'로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시위 현장에는 '세상에 이런일이', '회장님 면담요청합니다', '억울합니다', '12억 원! 한 달 급여 몇백만 원 받는 오뚜기 영업사원이 책임져야 되나요? 존경하는 오뚜기 회장님'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또 대형 스피커와 확성기를 통해 노동가요와 함께 "억울하다"는 녹음파일이 계속해서 반복재생 되고 있다.

워낙 눈길이 가는 현수막과 스피커 소리로 인해 센터 앞을 지나는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번씩 눈길을 주고 있는 상황. 3일 오전 오뚜기센터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근방에 살고 있어 매일 같이 이 앞을 지나간다"며 "시위는 시위인 것 같은데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용이 궁금해 확인해 볼까 싶어 포털 등을 검색해봐도 아무런 내용이 없더라. 혹시 무슨 일인지 알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시민은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인데, 이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오뚜기 내부에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 '오뚜기'를 검색해보면 연관검색어로 '오뚜기 시위', '오뚜기 12억', '오뚜기 회장' 등 시위와 관련한 검색어가 뜨고 있다. 반면 시위와 관련된 내용은 단 한 건도 확인되는 것이 없다.

<더팩트>가 약 2주간 시위장을 찾아 확인한 것은 이 시위가 '1인 시위' 형식이란 점이다. 현장에 '1인 시위 00일 째'라는 피켓이 있는데다, 매일같이 2~4명의 시위자들이 자리잡고 앉아있지만 이들에게 시위를 하는 이유를 물으면 "시위 주최자는 한 명이고 현장에는 오지 않는다.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답한다. 또 이들의 말대로 2주간 주최자는 단 한번도 시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위 주최자가 여러 개의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자로 알고 있다"며 "매일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주최자의 직원들이란 얘기도 있고, 용역을 쓴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시위장에는 억울하다, 회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등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또 시위장에는 2~4명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와 앉아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은 시위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오뚜기 측은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시위장에는 '억울하다', '회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등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또 시위장에는 2~4명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와 앉아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은 시위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오뚜기 측은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시위의 목적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려 노력하지만, 이 시위는 그 어떤 내용도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그저 집회명과 현수막의 내용들로 시위의 목적을 추측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서경찰서를 통해 확인한 시위의 주최자는 '오뚜기 거래자'이며, 과거 '오뚜기와의 거래에서 선입금'을 했고 이를 '환불' 받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시위자가 오뚜기에 요구하고 있는 '환불금액'은 현수막에 명시된 '12억 원'이다.

오뚜기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일정 부분 사실임을 인정했지만, 이번 시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수 차례에 걸친 취재에서 "잘해결 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겠느냐"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어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시위 주최자는 과거 거래를 했던 유통업체 대표가 맞다"며 "2년 전 거래를 했을 당시에 우리 측에 선입금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억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담당 임원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다. 다만 시위자가 주장하는 '12억 원'이란 선입금액은 사실이 아니다. 설령 그 금액이 사실이라 해도 상장사에서 아무런 과정 없이 내어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같이 "기다려달라"는 말만 수없이 반복했다.

한편 오뚜기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두고 유통업계에는 온갖 추측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위를 하고 있는 유통업자가 과거에도 대형식품사 앞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며 "당시 식품사와 합의하며 시위를 멈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시위도 당시와 같은 경험이 있어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대형식품사도, 오뚜기도 시위자와 합의를 하려고 하는 것은 일정부분 이들에게도 잘못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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