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염(鹽)변경 의약품' 특허 회피 불인정에 제약업계 비상
  • 정소양 기자
  • 입력: 2019.02.21 06:03 / 수정: 2019.02.21 11:06


대법원이 염변경 의약품으로는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한미약품은 염변경 의약품을 개발해 오리지널 특허만료 이전에 출시하는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 제공
대법원이 '염변경 의약품'으로는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한미약품은 염변경 의약품을 개발해 오리지널 특허만료 이전에 출시하는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 제공

전략 수정 불가피…'판매 중단'에 '손해배상 소송' 우려도 존재[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대법원이 일부 성분을 바꾼 개량신약인 '염(鹽)변경 의약품'으로는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한미약품에 비상이 걸렸다. 개량신약 판매를 중단해야할 뿐만 아니라 추후 손해배상 등 또 다른 소송도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염은 약물의 용해도와 흡수율을 높이고 약효를 내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을 뜻한다. 일부 의약품의 경우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염과 결합시킨 형태로 제조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약물과 다른 염을 사용하면 개량신약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신규(새로운)염을 사용해 신약을 만들어왔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매출에 일조해오던 '개량신약'이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이 '염변경 의약품'으론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 제약사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상고한 특허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아스텔라스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결과를 뒤집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은 "염은 차이가 나지만 인체에 흡수되는 치료 효과는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봐야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코아팜바이오가 아스텔라스의 과민성 방관치료제 '베시키어(성분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의 염변경 의약품 '에이케어(성분 솔리페나신 푸마레이트)'를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솔리페나신 관련 소송을 되짚어 보면, 이전 특허심팜원과 특허법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발명의 효력은 품목허가 대상이 된 의약품에만 미치는 것으로 해석해야 된다고 전제한 후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페나신숙신산염(제품명 베시케어)과 솔리페나신푸마르산염(제품명 에이케어)은 상이한 것이 명백하므로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아스텔라스가 상고를 진행했으며,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한미약품은 염변경 의약품을 개발해 오리지널 특허만료 이전에 출시하는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 자체 개발 신규염 금연치료제 노코틴 제품 이미지 /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자체 개발 신규염 금연치료제 '노코틴' 제품 이미지 / 한미약품 제공

◆ 한미약품 '노코틴', 챔픽스 소송 관련 변론재개 신청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신규염 개량신약'으로 연구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한미약품은 화이자의 오리지널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암로디핀베실레이트)'와 다른 염을 사용한 아모디핀(암로디핀캠실레이트)을 허가받았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회사들이 염변경 개량신약을 쏟아내면서 만성질환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오리지널 항혈전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황산염)'와 염이 다른 '피도글(클로피도그렐나파디실레이트일수화물)'을 허가받았다. 또한 한미약품은 지난해 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 타르타르산염)' 염변경 제네릭 약물 '노코틴'을 선보이며 700억 원 대인 챔픽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미약품의 노코틴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옥살산염으로 자체 개발한 금연치료제이다.

특히, 이번 '아스텔라스-코아팜바이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미약품은 당초 이번달 1일로 예고됐던 특허법원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 물질특허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 심결일을 미루기 위한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3월 27일 변론이 재개되면서 현재로선 정확한 선고일을 알 수 없다.

지난 1월 대법원이 솔리페나신 염변경약물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판세가 불리해지자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며 선고가 유예됐다.

챔픽스는 오는 2020년 7월 19일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종료된다. 아직 종료까지 1년 6개월의 기간이 더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픽스의 염변경을 통해 시장에 진출한 약물은 60여개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노코틴' 역시 이후 판결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더욱이 화이자가 염변경약물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및 추후 손해배상 등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할 확률 또한 높아지면서 한미약품은 위기 상황에 놓였다.

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개발 및 조기 출시될 수 있었던 염변경 약물이 법원 판결로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이라며 "60여개의 챔픽스 염변경 약물들이 금연치료 의약품 목록에 올라있으나 판매가 중단될 경우 챔픽스가 다시 독점적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가 중단 되면 한미약품 역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추후 화이자 측이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챔픽스 판결 역시 대법원의 판례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엄연히 다른 염인만큼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