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술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사이버 해맞이객들 이색 한 해 기원
[더팩트 | 최승진 기자] 새해 첫날인 1월 1일 전국 해돋이 명소에는 무술년 첫 일출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해 뜨는 시간'은 당일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전국 고속도로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차량들이 몰리면서 혼잡 현상을 빚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돋이 관광객들이 몰린 곳은 강원도 정동진 등 전국 명소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PC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찌 된 일일까.
2018년 새해가 시작된 지난 1일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게임 속 지역인 서부몰락지대. 밤사이 짙게 깔려있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여명이 밝아오자 높은 레벨 이용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이 게임의 양대 진영 중 하나인 얼라이언스 소속 이용자가 초반에 접할 수 있는 지역에서 고레벨 이용자들의 대거 방문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해가 뜨자 새해 인사와 함께 덕담을 나눴다. 얼라이언스 진영과 대립 관계인 호드 진영 이용자들도 이 때 만큼은 적대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해돋이만 집중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아프리카TV와 유튜브 같은 온라인 방송을 통해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서부몰락지대 인근 바다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용자들 사이에서 수평선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용자들은 이 게임의 새해 첫 해돋이를 '와우+해돋이' 줄임말인 '와돋이'로 부른다. '와돋이'는 이용자들이 새해를 맞아 스스로 진행하는 자체 행사다. 블리자드는 이 같은 일이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간여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와돋이'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블리자드에 해외 사례가 더 있는지 문의했더니 "특별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가리켜 신년에 해돋이를 보면서 소원을 비는 우리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부몰락지대가 유명하게 된 것은 정동진처럼 해돋이와 함께 해안 경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급속하게 발달한 컴퓨터 게임 기술도 '와돋이' 문화에 일조하고 있다. 그래픽·사운드 등 제반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 모습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가상현실 세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 역시 게임과 현실이 비슷하게 돌아간다. 즉, 게임이 밤이면 현실 역시 어둠이 짙게 깔린 때다.
새해 첫날부터 이색적인 해돋이 문화로 관심을 받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올해로 출시 14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초 미국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7' 현장에서는 일곱 번째 확장팩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가 공개됐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24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