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국회=안옥희 기자] 국감 출석 여부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첫 국감 나들이가 30초 만에 끝났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함영준 회장에게로 집중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함영준 회장은 '라면값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증인으로 19일 오후 국회에 출석했지만, 두 시간 넘게 대기한 끝에 받은 질문은 한 개뿐이었고 그나마도 답변한 시간이 30초에 그쳤다. 라면값 담합 질문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함영준 회장은 그렇게 '초스피드'로 국감을 마쳤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질의에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7월 청와대 깜짝 초청으로 큰 관심을 받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내부거래 문제를 지적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함영준 회장은 오후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뚜기그룹이 잘 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다"며 "오뚜기그룹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17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문제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액이 5913억 원인데 그 중 99.64%인 5892억 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전형적인 내부거래다"고 꼬집었다.

최근 3년 간 함영준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에 상당한 배당금이 지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동 의원은 "배당금 지급 현황을 보면 함영준 회장 당사자를 포함한 친족 등의 대주주는 2014년에 총 배당금 236억 원 중 99억 원(42.9%), 2015년에 314억 원 중 132억 원(42%), 2016년에 395억 원 중에 160억 원(40.5%)에 해당되는 막대한 배당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당금을 계속 본인을 포함해 친족들에게 지급해온 것이 맞느냐는 김선동 의원의 질문에 함영준 회장은 "대부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배당금을 증액한 이유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차원이며, 대주주 혜택을 받긴 했지만 부가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선동 의원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기업의 과도한 부당 내부거래나 투명성이 결여된 배분혜택은 공정위 차원에서 점검이 돼야 할 사항이라며 조사를 촉구, 이에 김상조 위원장에게 "점검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날 김상조 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위 조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 향방에 귀추가 모아진다.
한편,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전인 오전에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주요 기업인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 오뚜기를 초청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의 대기업 총수 초청행사에서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오뚜기를 초청했는데 오뚜기가 계열사 거래 비중이 많고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청한 것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허탈해한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최근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환경부분 B, 사회적 기여 B+, 지배구조는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김한표 의원은 "현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금지, 지배구조 문제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뚜기는 전반적인 종합평가에서 B 이하의 하위 등급을 받았는데 이런 곳을 왜 모범적인 기업으로 현 정부가 꼽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도 앞으로 이런 행사를 진행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달라"며 "공정위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청와대에 직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청와대 행사이기 때문에 간섭을 하지 않았으며 결정되고 난 다음에 통보를 받았다. 향후 행사에서는 그런 부분이 감안될 것 같다"며 "한 기업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 초청을 받은 데에는 )새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인 일자리 창출이나 노사문제에 오뚜기가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칭찬과 여느 기업과 구별되는 상생 행보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기업인인 함영준 회장에 대한 국감 질의응답이 당초 예상보다 싱겁게 끝난 가운데 업계에서는 무리한 소환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한참 지난 라면값 담합 이슈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함영준 회장을 국감에 소환한 배경에 정치권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해석에 수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갓뚜기'로 추켜세우며 상생협력 모범 기업이라고 칭찬했는데 알고 보면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야당 의원들이 지적하기 위한 용도로 부른 것 같다"며 "함 회장을 국감장에 세운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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