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LG전자 평택 칠러 공장 가보니…"고숙련자 노하우로 품질 잡는다"
  • 이성락 기자
  • 입력: 2017.06.28 10:00 / 수정: 2017.06.28 11:21

LG전자 직원이 27일 경기도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칠러의 열교환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직원이 27일 경기도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칠러의 열교환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더팩트ㅣ평택=이성락 기자] "여긴 세밀하고 정밀한 작업이 많거든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숙련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27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LG전자 칠러 공장, 안내를 맡은 직원이 용접을 하고 있는 작업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60여 명의 작업자는 제품 생산동에서 용접부터 연구시험까지 각자 맡은 구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으로, 신입사원이 교육을 마치고 생산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려면 약 5년이 걸린다. 작업자 한 명 한 명이 칠러 생산의 '달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칠러 공장 생산동의 첫인상은 휑하다 싶을 정도로 널찍했다. 직원에 따르면 생산동의 총면적은 축구장 4개 넓이와 비슷하며 5개의 생산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구역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90(미터)m, 30m에 달한다. 생산동 내부 위쪽에 자리 잡은 대형 크레인도 눈에 띄었다. LG전자 직원은 "이곳 생산동은 위쪽에 최대 50톤(t)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설치된 것이 다른 생산라인과 다른 모습"이라며 "칠러는 완제품의 무게가 최대 50t에 달하는 제품으로, 크레인을 사용해야만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직원들이 흡수식 칠러를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 직원들이 흡수식 칠러를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평택 공장, LG전자 칠러 사업의 전초기지

LG전자 칠러 공장은 주로 대형 상가, 오피스 시설,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냉난방기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주요 생산 품목은 ▲터보 냉동기 ▲흡수식 냉온수기 ▲스크류 냉동기 ▲공조기 등이다. 회사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전북 전주에 있던 칠러 공장을 지난해 11월 현재 위치인 평택으로 옮겼다. 14만8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대지 위에 들어선 사업장은 전주에 있던 공장보다 약 2.5배 넓다.

LG전자 직원은 "규모가 커진 신공장은 제품의 설계부터 제작, 테스트, 출하에 이르는 전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지리적으로는 인근에 평택항이 위치하고 있어 수출 물량을 항구까지 운송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평택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냉동기 기준으로 1000대 수준이다. 평택 공장의 생산능력이 기존 전주 공장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덕분에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도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생산현장은 여러 공정들이 하나의 라인에서 이뤄지는 컨베이어 방식이 아니라 숙련된 작업자들이 제품 하나에 대한 전체 공정을 책임지는 셀(Cell) 생산방식이다. 칠러 생산이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설계부터 생산, 검사, 시운전으로 이뤄지는 점과 제품의 크기, 생산공정 등을 고려하면 컨베이어 방식보다는 셀 방식이 적합하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칠러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가장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용접 공정에 로봇 자동 용접을 도입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칠러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가장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용접 공정에 '로봇 자동 용접'을 도입했다. /LG전자 제공

◆세계 최고 수준의 용접 품질

칠러는 쉽게 말해 차가운 물을 만들어내는 기계다. 차가워진 물이 이동해 차가운 바람이 되고, 이는 대형 건물 등에 시원한 바람으로 공급된다. 에어컨처럼 실외기는 없으며, 뜨거운 물은 옥외 냉각탑으로 방출된다. 100% 주문제작 방식인 칠러는 제품에 따라 용접 위치가 달라 공정 자동화가 쉽지 않은 제품이다.

LG전자는 제조 공정의 핵심인 용접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에 있는 LG전자 생산기술원과 협력해 지난 3월 칠러 용접 로봇을 생산현장에 도입했다. 그만큼 용접 공정에는 세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생산동에서는 작업자 1명이 로봇을 통해 용접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용접 로봇을 사용하면 작업자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며 "향후 용접 로봇을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구에서 100m쯤 걸었을까. 제품에 색을 입히는 도장 공정 장소에 도착했다. 도장 공정은 생산공정의 마지막 단계로, 제품의 크기가 큰 만큼 도장 설비도 거대했다. 높이가 9m에 달하는 도장 설비는 최대 50t 규모의 대형 제품까지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LG전자는 에어리스 스프레이 방식으로 색을 입히는 데 고압 펌프와 건조 설비를 이용했다. 고압 펌프가 색상이 입혀진 미세한 입자들을 뿜어내는 방식으로 제품에 색을 입힌 후 열을 가해 건조하는 원리다.

LG전자 직원들이 터보 칠러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직원들이 터보 칠러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합격'하려면 엄격한 성능시험 거쳐야

이날 LG전자는 생산되는 칠러가 엄격한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현장 작업자들은 제품이 당초 설계한 대로 작동하고 최상의 성능을 내는지, 오류는 없는지 등을 사전에 테스트한다. LG전자 직원은 "제품의 신뢰성은 LG전자가 평택에 신공장을 지으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라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칠러의 특성상 생산 과정에서 생긴 작은 오차로 인해 실제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정확한 성능시험을 위해 생산공정 마지막 단계에 총 6개의 시운전 설비를 구축했다. 이 설비는 최대 3000냉동 톤 용량의 제품까지 자체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엄격한 성능테스트를 통과한 칠러는 미국냉난방공조협회를 비롯해 미국기계기술자협회, 국제표준화기구 등 여러 국제공인기관으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연구시험동은 LG전자 칠러 기술의 산실

생산동 옆에는 칠러 연구시험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구시험동은 개발 중인 칠러에 적용할 핵심 신기술과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LG전자는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생산동에서 연구시험을 함께 진행했지만, 신공장을 지으면서 연구시험을 위한 전용공간을 만들었다. 연구원들은 ▲제품에 신기술을 적용하고 ▲시제품의 신뢰성을 판단하며 ▲엄격한 성능 평가를 통해 설계를 확정하는 등 차세대 칠러 기술과 핵심 부품을 개발한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무급유 칠러 기술도 연구시험동을 거쳤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능평가 설비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터보 냉동기에서 냉매를 순환해주는 핵심 부품 '임펠러'의 성능을 평가하는 설비는 세계 칠러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LG전자 평택 칠러 공장만 확보하고 있다. 이날 LG전자 칠러 사업 방향을 설명한 정진희 칠러선행연구팀장(부사장)은 "평택 공장은 칠러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며 "오차율 '제로'의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칠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전자 직원이 평택 칠러 사업장 내에 있는 연구시험동에서 스크류 칠러의 신뢰성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직원이 평택 칠러 사업장 내에 있는 연구시험동에서 스크류 칠러의 신뢰성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세계 칠러 시장 정조준

글로벌 칠러 시장은 미국 캐리어, 트레인, 일본 다이킨 등의 업체가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 다른 나라 업체들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기에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전자는 칠러 사업을 공조 사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연평균 1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칠러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물론 관련 기술까지 100% 국산화시켰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산화를 통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부품 조달이 빨라 고객들에게 안정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국산화의 경쟁력이 사업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2월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실시한 부산 지역 열회수설비사업 ▲지난 5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남물재생센터의 하수열 지역난방 공급사업 등 국내 주요 프로젝트에 자체 개발한 터보 히트펌프를 공급했다.

LG전자는 또 중동, 동남아, 중남미 등 발전소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청사, 킹칼리드 국제공항 등에 다양한 공조 제품을 공급했다. 주력 시장은 중동으로, LG전자가 중동에서 칠러 사업을 시작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박영수 LG전자 칠러BD담당(상무)은 "중동을 1차 공략 지역으로 선택한 이유는 24시간, 365일 에어컨이 필요한 지역이라 수요가 크고 기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차 공략 지역으로 한국 건설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동남아를 꼽고 있다.

그러나 사업 확장과 관련해 어려움도 존재한다. 칠러 시장 고객은 기존에 정한 브랜드를 고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로선 진입 장벽이 높은 셈이다. 이에 LG전자는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박영수 상무는 "기술력은 다른 업체와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긴 호흡을 가지고 칠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LG전자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 서비스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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