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평택=이성락 기자] '삑삑...쾅!'
24일 오후 경기도 평택 'LG 디지털파크'에 위치한 제품시험연구소 지하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곳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 등 각종 배터리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배터리 평가랩'으로, 스마트폰 신제품 'G6' 배터리를 놓고 쇠막대를 이용한 '충격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아 찌그러진 배터리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얼굴을 갖다 댔다. 알 수 없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터리 평가랩'의 배터리 설계 안전성 평가실에서 만난 LG전자 연구원은 배터리에 쇠막대를 올린 뒤 9.1kg 무게의 추를 61m 높이에서 사정없이 떨어뜨렸다. 이 같은 충격을 통해 배터리 발화나 폭발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다. 안내를 맡은 연구원은 "가장 혹독한 방법으로 배터리의 여러 부위에 대한 충격 시험을 실시해 철저하게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충격 시험' 이후 '관통 시험'을 선보였다. '관통 시험'은 국제 규격에도 없는 안전성 테스트로, 애완견과 같은 동물이 스마트폰 배터리를 물어뜯어 화재가 발생하는 등 상황에서도 최대한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개발됐다. 'G6' 배터리를 놓고 날카로운 못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배터리를 관통시킨 후 발화나 폭발 여부가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쳤다.
'충격·관통 시험'은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성 검증이었다면, 폭발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테스트도 있었다. 배터리에 일부러 불을 붙인 뒤, 이 불의 확산 여부를 살펴보는 '난연성 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LG전자는 배터리를 불 속에 넣는 강제연소 시험을 실시, 극단적 상황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는 경우에도 파편으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배터리 화재 평가실'도 마련하고 있었다.
LG전자 연구원은 "배터리는 강한 충격을 가하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며 "'배터리 평가랩'은 LG전자 스마트폰 안전성 확보에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LG전자는 이곳에서 애초 발화를 막기 위한 혹독한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론, 만약 발화가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성 시험도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배터리 평가랩'에서 국제 기준보다 훨씬 철저하게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기준에는 없지만, 필수적인 자체 검사들을 추가해 전체 배터리 검사 가운데 안전성 검사만 20여 개에 달한다. 'G6' 배터리 열 노출 시험의 경우 국제 기준 규격보다 15% 이상 높은 고온에서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검사 기준도 엄격하다.
LG전자는 '배터리 고장 분석 시험실'에서 3D 엑스레이, 현미경 등을 통해 배터리의 손상 상태를 분석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사후 검증도 진행했다. 배터리의 전해질 누액을 확인하기 위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 검사, 배터리셀과 팩을 분해해 정밀하게 치수 등을 확인하는 배터리 분해 분석 등을 복합적으로 실시해 불량의 원인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날 제품시험연구소뿐만 아니라 'G6'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G2동도 방문했다. G2동은 모두 4개 층으로 이뤄진 연면적 2만㎡의 건물로, 3층에는 스마트폰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제품 인정실'이, 4층에는 'G6'의 조립부터 검사, 포장까지 생산의 전체 공정이 이뤄지는 최종 조립라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먼저 4층에 도착한 뒤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워시룸을 발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출입하려면 누구나 강력한 바람으로 신체의 이물질을 털어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진 가운과 덧신을 착용한 뒤 에어워시룸을 통과하자 5000㎡의 넓은 공간에 열을 맞춰 늘어선 14개 조립라인이 나타났다. 벽에 붙은 '품질만이 살길이다' 등의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약 36m 길이의 조립라인 중 24m는 테스트를 위한 각종 장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모듈화된 부품을 조립해 세트를 만들면서 각종 기능 검사가 함께 이뤄진다"며 "스마트폰에 나사 하나를 체결하더라도, 완료 후에는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조립된 스마트폰은 방수 성능에 대한 테스트 후 마이크, 스피커, GPS, NFC 등 기본적인 부품의 특성을 검사하는 MITS 공정을 거쳤다. 이후 각종 센서와 터치 드로잉 등 감성적 판단이 필요 없는 항목을 자동화 설비로 검사하는 '추가 기능검사'를 실시했다. 또 사진, 동영상, LCD 디스플레이 등의 기능은 사람이 직접 검사하는 '사용자 기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제품은 무선감도 측정, 라벨 부착, 모바일 ID 입력 등 공정과 불량 여부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최종 검사를 마친 뒤 포장라인으로 이동했다.
3층에 위치한 '제품 인정실'에서는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소비자들의 실사용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발견, 개선하기 위해 내구성, 안전, 성능, 수명에 관한 시험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규격 시험 등 다양하고 엄격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품별로 약 5000시간 동안 가혹한 조건에서 각종 테스트를 실시한다"며 "이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출시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제품 인정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G6'의 IP68 등급 방수 성능을 검증하는 '방수 시험'이었다. 이 시험은 제품이 1.5m 수심에서 30분간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전자는 이외에도 'G6'를 자유 낙하해 특정 부위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구조적 결함을 검증하는 '낙하 시험', 약 1m 높이의 투명한 사각 통에 'G6'를 넣고 끊임없이 회전시키는 '연속 낙하 시험'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석종 LG전자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전무)은 "안전함과 튼튼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G6'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통해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신뢰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 임직원이 설계부터 테스트와 생산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품질 최우선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