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권오철 기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1위와 2위 자리를 앞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이 비슷한 시기에 '발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발화 논란으로 판매 중지가 됐고, 최근 새롭게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마저 세계 곳곳에서 발화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7 역시 갤럭시노트7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아이폰의 발화·발열·발연 사고 사례만 약 3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잇달아 발생한 사고를 종합해 볼 때 애플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은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사가 어떻게든 '발화'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금까지 양사는 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이려고 각축전을 벌였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건 특허 전쟁까지 불사했다. 이제는 안전성 확보가 모든 기술에 우선하게 됐다.
삼성은 갤럭시S8 등 신제품의 출시일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발화 원인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과 관련한 발화 사건들에 대해 제품 전반적인 점검 또는 배터리 분석에 대한 공식적 발표 등 뚜렷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발화 사건이 발생한 후 원인 규명에 나서기도 했으나 '정품이 아닌 충전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놓은 것이 전부다. 이 같은 애플의 태도는 수년 동안 일관적이었다. 그 시작은 약 7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폰은 2007년 고(故) 스티브잡스의 손에서 처음 출시되고 2008년 아이폰3G를 거쳐 2009년 6월 아이폰3GS까지 발전한다.

아이폰3GS는 전작에 비해 속도가 2배 빨라지고 배터리 수명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해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배터리 과열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아이폰 발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이때부터 아이폰 발화 등 사건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제기됐다. 국내에는 2009년 11월이 돼서야 아이폰3G과 아이폰3GS가 출시됐는데 그해 한국소비자연맹 상담실에는 아이폰3GS가 충전 중 스파크가 일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아이폰의 충전용 어댑터가 폭발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2010년 7월에는 후속작인 아이폰4가 발화돼 케이블과 아이폰이 연결되는 커넥터 부분이 녹아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같은 해 충전 중 불꽃이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한 사고도 보고됐다. 이어 2011년에도 아이폰4가 충전 중 어댑터가 폭발했다는 사례가 보도됐다. 2012년에는 미국과 호주, 핀란드에서 아이폰4가 발화했으며, 2013년에도 미국에서 아이폰4S가 발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2월 미국에서 한 소비자의 주머니 속 아이폰5C가 발화했으며, 같은 해 8월 이스라엘 여객기 내부에서 아이폰5가 화염에 휩싸여 승객이 대피하기도 했다. 그해 9월 출시된 아이폰6은 이른바 '밴드게이트'라고 불리는 기기 휘어짐 현상이 논란이 됐다. 이 현상에 따른 배터리 발화 사고가 그해 10월 미국에서 발생했다. 같은 달 중국에서도 아이폰6의 발화 주장이 나왔다. 이어 2015년은 미국, 캐나다, 인도, 중국, 한국 등에서 아이폰5C,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6S플러스 등의 아이폰 모델의 발화 제보가 잇따랐다.

올해도 아이폰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63명의 승객을 싣고 미국 태평양 상공을 비행중이던 한 여객기 내부에서 아이폰6의 발화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불꽃이 20cm 높이로 치솟으면서 승객들이 일대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롭게 출시된 아이폰7에서도 변함없는 사고 발생 주장이 제기됐다. 9월 미국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아이폰7플러스가 박스 개봉과 동시에 폭발했다는 사연이 보고됐다.
지난달 중국에서는 한 남성이 아이폰7로 동영상을 촬영하다가 발화로 화상을 입었으며, 대한항공 여객기 내의 의자 틈에 아이폰5S가 끼여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보고가 제기됐다. 이달 들어서는 사용 중에 바닥에 떨어뜨린 아이폰7플러스가 발화했다는 사례가 중국에서 보고됐으며 호주에서 아이폰7의 발열로 2도 화상을 입었다는 한 임산부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7년 동안 아이폰3GS 이후 거의 대부분의 아이폰 모델에서 사고 제보가 터져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사고 피해를 호소한 소비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하거나 원인 규명을 하는 부분에 있어 대체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가 판매중지라는 선례를 남긴 상황에서 애플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일한 발화 사고가 누적될 경우 아이폰7의 정상적 판매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변화된 자세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