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보금자리론 중단'…은행권 "다른 대출 상품 알아보세요"
  • 서민지 기자
  • 입력: 2016.10.18 07:18 / 수정: 2016.10.18 10:17
17일 강남의 한 은행을 찾아 보금자리론 관련 상담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답변을 들었다. /강남=서민지 기자
17일 강남의 한 은행을 찾아 보금자리론 관련 상담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답변을 들었다. /강남=서민지 기자

[더팩트ㅣ강남=서민지Ⅱ 기자] "다른 상품으로 알아봐 드릴게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진행하던 보금자리론 대출 조건이 갑작스레 변경됐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소비자들과 은행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4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9일부터 적용되는 보금자리론 신청자격 변경 사항을 안내했다. 관련 내용은 주말을 보내고 나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발표에 소비자들은 분통을 나타냈다.

당황스러운 건 소비자뿐만이 아니었다. 은행권 역시 급하게 변경사항을 검토하고, 사실상 판매를 중단하고 있었다.

17일 오후 강남의 한 은행을 찾아 대출 관련 상담을 받았다 . "보금자리론 알아보고 싶은데요"라고 운을 떼자마자 직원에게서 "지금 판매하기 애매한 상황이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이유를 묻자 "사실상 보금자리론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판매하기가 어렵다. 다른 대출 상품을 알아봐 주겠다"고 말했다.

"19일부터 적용되는 게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그렇긴 하지만 대출 심사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변경된 조건에 맞춰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서류가 갖춰지지 않는 한 19일 전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는 이미 보금자리론이 중단된 모양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4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보금자리론 신청자격 변경 사항을 안내했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캡처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4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보금자리론 신청자격 변경 사항을 안내했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캡처

주택금융공사는 19일부터 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은 기존 9억 원에서 3억 원 이하로, 대출한도는 5억 원에서 1억 원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소득 제한은 추가됐다. 기존에는 이와 관련한 제한이 없었으나,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의 대상자에게만 대출을 허용한다. 자금용도 또한 구입·보전·상환 용도 모두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구입 용도로만 대출을 해준다.

자격 조건을 강화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보금자리론이 중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억 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 1억 원 이하'로 대출해주겠다는 것은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연간목표치인 10조 원을 이미 초과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말까지 일정 부분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한 주택금융공사는 17일과 18일 양일간에는 변경 전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역시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은행권의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대출 서류 준비 및 심사 과정이 수일 걸리기 때문에 이미 변경 사항이 적용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모든 서류를 다 갖추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몇몇 관계자들은 "사실 수도권 지역에서 3억 원 이하 주택을 찾기가 어려울 텐데, 상당한 제약이 생긴 것"이라며 "특히나 이사철을 맞아 이러한 소식이 들려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주택 마련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예견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도를 조금씩 줄여나가거나 경과 기간을 주는 것 없이 갑작스레 통보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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