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이재용 부회장,'애니콜 화형식'에서 갤노트7 해법 찾기를
  • 명재곤 기자
  • 입력: 2016.09.02 08:48 / 수정: 2016.09.02 11:40

국내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이 예약판매 40만대를 넘는 등 큰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배터리 충전 과정의 폭발사고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야심작이 소비자들의 우려를 사고있다. /이효균 기자
국내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이 예약판매 40만대를 넘는 등 큰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배터리 충전 과정의 폭발사고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야심작이 소비자들의 우려를 사고있다. /이효균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사망설을 담은 ‘지라시’가 지난 6월 30일 주식시장을 휘졌던 날, 삼성전자 주식가격은 보통주 기준으로 주당 2만 9000원 올랐다. 종가는 142만 5000원. 거래량 27만 주 대, 거래대금은 3880억 원 대였다. 다음날인 7월1일은 주당 4만 1000원, 2.87%나 급등, 마감가격은 146만6000원을 찍었다. 이 날 거래대금은 4200억 원을 넘었다. 이 회장 사망설이 이래저래 투자심리를 극도로 자극했고 핵심사인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분석이다.

두 달여 뒤인 8월2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이건희 회장 사망설은 ‘관심을 끌고 싶어 한’ 해외 거주 인물의 허위 게시물이라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 사망설은 결국 범죄형 루머였다. 증시에서 특정 의도를 지닌 루머는 ‘소문’과 ‘진실’사이에서 투자방향을 잡으려는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을 혼란케 한다. 이 과정에서 차익을 얻은 이도, 손실을 입은 이도 적지 않을 게다.

그럴듯한 루머는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당장 확인 불가한, 불안전한 심리적 재료는 정보 비대칭 상황의 개미들에게 결과론적으로 마이너스 충격파를 던져 줄 수 있다는 게 한국 증시의 숨길 수 없는 현실이고 병폐이다. 주식시장은 ‘팩트’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루머’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한 순간이라는 것도 경험적으로 확인된 분명한 ‘팩트’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자연 발화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노트7’의 국내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것을 인지하고 삼성전자에 원인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국가기술표준원은 자연 발화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노트7’의 국내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것을 인지하고 삼성전자에 원인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독일에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가전제품 맵시 자랑이 한창인 9월 첫날 국내에서 세계 굴지의 삼성전자는 ‘팩트 검증’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갤노트7)'이 충전과정에서 폭발하는 결함이 국내외에서 잇달아 발생, 소비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예약판매만 4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던 '국민 스마트폰'이 덜컹 빨간 불에 걸린 것이다.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이끌 삼성전자의 '효자'가 갤노트7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인데 돌발 악재가 발생, 시장은 삼성전자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시하고 있다. 출시한 지 보름도 안 된 갤노트7이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급기야 삼성전자는 물량 공급을 일시 중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그룹측은 1일 오전 ‘더팩트’와 통화에서 “삼성전자에서 ‘갤럭시노트7’ 결함 원인 규명을 위해 결함 발생 제품을 회수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며 “아직 기기 자체 결함인지, 외부적인 요인에 따른 발화인지 명확한 원인 규명이 나오지 않은 만큼 무상 교환, 리콜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후 들어 삼성 측은 갤노트7 배터리의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리콜에 들어가기로 내부적으로 잠정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금명간 해당 내용을 공식발표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거론된다. 제품 리콜은 기정 사실화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품 자체에 대한 리콜일지, 배터리에 한해서 이뤄질지 내부적으로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 배터리 결함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기까지 제품자체의 안정성 유무를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삼성전자에 조사결과 보고를 요청까지 한 걸 보면 사안이 간단치 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증시에서는 갤노트7 배터리 결함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3만3000원, 2.03% 급락한 158만7000원에 일단락됐다. 지난달 말 '어닝 서프라이즈'로 장중 169만원을 웃돌면서 200만원 시대를 내다봤던 흐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공교롭게도 그 중심에는 갤노트7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루머와 팩트에 대한 대응이 달라야 한다. 루머에 흔들리는 주가는 회복력이 강하지만 팩트가 확인된 이슈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길 수밖에 없다. 특히 '킬러 제품'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 없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이 조만간 출시되는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신속하고 자신에게 뼈 아픈 결정을 내려야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야심작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결함이 발생,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더팩트DB
삼성전자의 글로벌 야심작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결함이 발생,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더팩트DB

시장 참여자들은 갤노트7 결함에 대한 삼성측의 대응방안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나돌 때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대응할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그룹 입장을 바로 표명했다. 어찌보면 현 상황은 이 회장 사망설 때보다 더 엄중할 수 있다. 악성루머는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품질 이상의 팩트는 그 상흔을 쉽게 지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전쟁이 한 치앞을 모르는 무한 경쟁구도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의 삼성'을 표방하는 삼성이라면 갤노트7 결함여부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공급물량 가운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이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이 리콜하는 게 삼성의 자세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이건희 회장이 결단을 내린 '불량 애니콜 화형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큰 기업주는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초월하기를 창업주 호암은 늘상 이야기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기회 닿을 때 외부 인사에게 홍보용등으로 주는 갤럭시노트7이 부끄러운 상처를 안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 부회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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