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날이 갈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 자동차 업계는 엔진 다운사이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내연기관 차량들은 엔진을 더 작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에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배기량 2000cc가 넘는 중·대형차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중·대형차라면 당연히 2000cc가 넘어야 한다는 인식도 짙게 깔려 있다. 최근 배기량 1600cc 엔진이 중형차에 탑재되고 있는데 소형차에 달아야 할 엔진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미국의 대형 오토바이가 1800cc 엔진을 달고 나오는데 승용차 엔진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은 성능과 상관없이 크기만 줄인 것이 아니다. 배기량 1600cc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하면서 2400cc급 준대형 차량과 맞먹는 힘을 낸다. 배기량 2000cc로 대표되는 현대자동차 쏘나타는 지난해 1600cc 다운사이징 터보 모델을 내놨다. 쏘나타 1600cc 터보 모델은 최대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을 발휘한다. 2000cc 쏘나타가 최대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0.5kg.m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배기량 2400cc 그랜저(최대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6kg.m)와 비슷한 동력성능을 보인다.
연비도 낫다. 쏘나타 1.6 터보의 복합연비는 12.7~13.4 km/ℓ로 2000cc 쏘나타(12.0~12.6 km/ℓ)보다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배기량이 줄어든 만큼 오염 물질의 배출이 줄어드는 것도 강점이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주력 모델에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가장 먼저 르노삼성이 SM5에 배기량 1600cc 터보 엔진을 단 모델을 선보였으며, 현대자동차도 쏘나타에 1600cc 터보 모델을 추가했다. 상반기 공개되는 한국지엠의 신형 말리부도 배기량 1500cc 터보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다.
엔진은 작지만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터보차저 덕분이다. 19세기 말 유럽의 기술자들은 고출력 항공기 엔진에 적용되는 터보차저를 자동차에 접목시켰다.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은 공기와 연료를 섞어 실린더에 보내 피스톤의 힘으로 압축한 뒤 전기 스파크로 이를 폭발시키는 힘으로 움직인다.
같은 양의 연료로 더 강한 폭발력을 얻으려면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흡기구에 압축기를 달고 공기를 압축해 보내는 것이 슈퍼차저다. 하지만 엔진 동력을 이용해 압축기를 돌리면 출력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대신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이용해 압축기를 돌리는 것이 터보차저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터보차저를 장착하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쏘나타 2.0 CVVL의 차 가격은 2204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1.6 T-GDi은 2366만 원부터 판매된다. 또 SM6 2.0 GDe가 2420~2995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1.6 TCE는 2805~3250만 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쏘나타 파워트레인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2.0 CVVL이 6058대, 1.6 T-GDi는 295대, 2.0 T-GDi는 264대로 큰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쏘나타는 2000cc'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판매량에서 다른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며 "터보 모델의 경우 20~30대 젊은층이 선호하고 마니아 층까지 있지만 판매량은 많지 않다. 터보 모델이 2000cc 쏘나타보다 비싼 것도 판매량이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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