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지난 한 주 '재벌 갑질' 논란으로 화두에 오른 두 인물이 있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과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진심 어린 사과보다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분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우현 회장은 지난 5일 미스터피자 홈페이지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올렸다. 정우현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나의 불찰이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일선 회장 또한 8일 현대비앤지스틸 홈페이지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통해 "운전기사와 관련해 보도된 내용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했어야 함에도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 겸허하게 성찰하고 진지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겠다"며 "심기일전해서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소중한 가르침으로 여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등 돌린 여론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갑질 소식이 알려진 뒤 모든 매체는 물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이들과 회사 이름이 하루 종일 오르내릴 정도로 파장이 컸지만 이를 의식한 듯 사과문은 진정성보다 '논란 잠재우기용'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이나 피해자의 상처 등을 감안했을 때 사과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게 여론의 주된 반응이다. 피해자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하지만 실제로 얼굴은 드러내지 않으며 '꽁꽁' 숨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문은 직접 전한 말이 아닌 타인이 대신 쓸 수 있다는 의혹도 피할 수 없다.
특히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들이 보여준 행동은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우현 회장은 경비원을 폭행한 뒤 곧바로 현장에서 사라졌고, 4일간 잠적했다. 이후 언론의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자 MPK그룹 측은 "일방적인 폭행은 없었다"며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정일선 사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언론의 보도로 그동안의 '만행'이 드러나자 회사 측은 연락을 받지 않는 등 대답을 회피했다.
재계에서도 이들의 갑질 논란이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벌들의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 속 관련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건이 알려진 뒤 즉각적인 대처가 나오지 않아 더욱 공분을 샀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우현 회장은 지난 2일 밤 서울 서대문구 한 건물에서 지인과 식사를 한 뒤 바깥으로 나오려다 정문 셔터가 내려 있어 경비원을 호출해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일선 사장은 과거 수행기사에게 폭언과 욕설, 폭행 등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