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도로 위에는 수많은 CCTV와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가 서로를 감시한다. 교통 위반을 하거나 위법 행위를 하면 증거가 남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가리는 운전자들의 꼼수도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공사장을 오가는 트럭은 흙과 먼지 등으로 뒤덮여 있어 지저분하다. 비포장도로 운행이 많은 만큼 번호판도 식별되지 않을 정도로 흙투성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는 고의성으로 간주하기 어렵지만 대놓고 번호판을 가린 트럭도 적지 않다.
17일 <더팩트>에 투명 봉지로 번호판을 가린 콘크리트 믹서 트럭의 사진이 제보됐다. 콘크리트 때문에 번호판이 오염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번호판이 비닐에 가려져 있다.
트럭 번호판의 오염을 막는 대책은 어렵지 않다. 중국에서는 트럭의 번호판을 범퍼가 아닌 위쪽에 붙인다. 번호판을 위에 달면 흙탕물이나 먼지, 콘크리트 등으로부터 오염될 가능성이 낮고 멀리에서도 번호판 식별이 용이하다.
일반 승용차의 꼼수도 도로 위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야간에 앞차 번호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번호판을 비추는 등이 꺼져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미등을 켜면 번호판 등도 함께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데 번호판 등을 꺼지게 조작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또 번호판에 '반사 스프레이'를 뿌려 단속 카메라가 차량 번호를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번호판에 반사 스프레이를 뿌리면 빛을 반사해 카메라에 찍혀도 번호를 알아볼 수 없다.
일부 운전자들은 신호·과속 위반 때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번호판을 가린 차량이 뺑소니를 저질렀을 경우 검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경찰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14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한 게시물에는 차량 번호판이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져 번호를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이 공개됐다.
글쓴이는 "색칠된 번호판을 신고했지만 처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찰 공무원의 답변도 함께 공개했다. 답변에는 '번호판을 인식하기 어렵게 한 행위로 의율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통범죄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의성을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다"며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는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해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