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식 금연 정책…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되레 늘어
  • 황진희 기자
  • 입력: 2015.12.18 17:30 / 수정: 2015.12.18 17:30

금연구역 480곳에 흡연공간이 단 1곳에 불과한 탓에 오히려 비흡연자의 간접 흡연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DB
금연구역 480곳에 흡연공간이 단 1곳에 불과한 탓에 오히려 비흡연자의 간접 흡연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DB

호주·캐나다 등 금연선진국, 야외엔 곳곳에 흡연공간 운영

[더팩트│황진희 기자] 세계 최초로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모든 담뱃갑 포장을 획일화하는 ‘플레인 패키지’ 제도를 도입한 호주. 두 나라는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금연선진국으로 불리는 대표 국가들이다. 이들은 흡연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해외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처럼 실내는 대부분이 금연이다. 하지만 야외에서는 흡연이 자유롭다. 길거리 어느 곳에나, 심지어 국립공원에도 재떨이가 설치돼 있어서 흡연자들이 어려움 없이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더구나 흡연공간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길을 걷는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가 오히려 적다.

가까운 일본 역시 북알프스산과 같은 국립공원에까지 재떨이를 갖추고 있고, 지하철역 주변 등 도심 곳곳에도 흡연공간을 마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립공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주차장과 화장실까지 포함한 ‘숨쉴 틈 없는’ 규제다. 이는 섬 지역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소매물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관광객들이 이 섬을 둘러보는 데 2-3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전체가 금연이니 관광객들은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남극의 펭귄 떼처럼 모여들어 담배를 피우며 단체로 묵시적 ‘범법자’가 된다. 무조건적인 금연구역 설정이 되레 간접흡연 피해를 만들어낸 셈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섬 전체가 금연인 통에 흡연자들은 섬을 탐방하는 중간 중간 곳곳에 숨어들어 담배를 피우는데,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다보니 엉뚱하게도 가정집 근처 등에서 피우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 금연구역 480곳당 흡연공간 1개, 길거리 흡연 조장

올해 들어 정부는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음식점 금연’이 이제는 소규모 호프집까지 적용돼, 전국 75만 개의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된 것. 뿐만 아니다.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조례를 제정하면서 대로변, 광장, 공원, 터미널, 지하철 출구 등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들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다.

문제는 금연구역은 늘어가지만 흡연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현재 서울시에 존재하는 실외 금연구역은 1만2000여곳인 반면, 흡연자를 위한 합법적인 흡연공간은 25곳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금연구역 480곳에 흡연공간이 단 1개씩인 셈이다.

최소한의 공간마저 없이 ‘꽁꽁’ 틀어막다보니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독한 마음을 먹고 담배를 끊기 전까지 이면도로나 건물 뒤에 몰려들어 담배를 꺼낼 수밖에 없다. 흡연자도 곤혹스럽지만, 무엇보다 큰 피해자는 비흡연자들이다.

만약 흡연공간이라고 지정되어 있다면 이를 피해가기라도 할텐데, 흡연자들이 단속을 피해 뒷골목 구석구석에서 산발적으로 피우고 있으니 아무런 대책 없이 곳곳에서 담배연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피해를 당한다.

◆ 흡연자 납부 '국민건강증진기금' 활용해 흡연공간 만들자는 목소리 커져

담배에만 부과되는 목적세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올 초 담뱃세 인상 때 기존의 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해 올해 거둬들여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약 3조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금은 담배에만 부과되는 것으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담배와 연관된 곳에 쓰이는 것이 원칙이나 이 중 단 1.5% 가량만 흡연 관련 사업에 쓰이고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담뱃세 인상 전에도 기금 납부자인 흡연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고 대부분 국민건강증진과 무관한 건강보험재정지원 등에 쓰여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등에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무차별적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구역’ 찾기에 고생하고 있는 흡연자들은 이를 흡연공간 마련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흡연자들이 부담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해 최소한의 흡연공간을 마련해야만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우리보다 앞서 길거리 금연을 시행했던 일본의 경우 음식점주들이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정부에서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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