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외환, 임금·인사 체계 달리 운영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하나로 합쳐진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융합과정의 길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반납부터 임금피크제, 정년퇴직 등 임금 체계와 인사체계가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9월 1일 합병해 KEB하나은행으로 한가족이 됐다. 합병 당시 약 290조 원의 자산규모로 '메가뱅크' 탄생을 알리며 업계의 많은 관심이 쏠렸던 만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두 조직의 조화가 하나의 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현재 노동조합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같은 정책도 달리 적용하고 있다.
◆하나·외환, 같은 가족 다른 정책
최근 은행권은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임금 인상분을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외환은행 노조가 올해 급여 인상분 2.4%를 반납하겠다고 나서며 이에 동참했다. 반면 하나은행 노조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가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결정했지만, KEB하나은행 측에서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판단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의 임금 격차로 이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문제를 미리 대비한 것이다.
실제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은 같은 지붕 아래서 일하고 있지만 임금 체계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 합병 당시 외환은행의 임금이 하나은행보다 10%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 또한 따로 운영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는 하나은행은 만 55세, 외환은행은 만 56세부터 진행된다. 임금피크제 기간에 하나은행(5년간)은 250%, 외환은행(4년간) 170%를 나눠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매년 총 급여 기준 50%, 외환은행은 42% 수준을 받게 돼 하나은행의 비율이 더 높다. 이 역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임금 차이로 인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직원 간 조화 부족"vs"궁극적인 통합 이룰 것"
또 정년퇴직에서도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들이 퇴직 후에도 재취업을 보장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달 정년 퇴임하는 외환은행 직원 96명을 대상으로 재취업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무에 대해 비정규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는 몇몇의 외환은행 퇴직자가 재취업을 사측이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서 따른 것이다.
이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정년 퇴임자의 재취업까지 보장하는 것은 이기적인 요구라고 지적한다. 특히 은행권이 불황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요구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이 인사 체계에서도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 측만 이런 주장을 하고 있어 하나은행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의 유대관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 두 조직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최근 회의와 보고, 공문, 업무협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메일, 용어 통일 등 6개 항목을 규정한 '일하는 방식 혁신 추진안'을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이 추진안을 통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그리고 세대 격차를 함께 해소해 원활한 소통과 비용 절감 효과를 불러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원화로 운영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통합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아직 전산 통합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내년 6월 통합이 된 후 다른 부분도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른 노조로 운영되고 있고, 합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차나 인사체계와 관련해 직원들의 불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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