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객과 흔쾌히 악수하는 이재용 부회장, '다른 게' 많다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5.10.30 11:48 / 수정: 2015.10.31 07:28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롯데와 빅딜 등 그룹의 중책안을 진두지휘한 이재용 부회장이 29일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 최용민 기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롯데와 빅딜 등 그룹의 중책안을 진두지휘한 이재용 부회장이 29일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 최용민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 서열 1위 삼성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결정에 이어 3조 원 규모의 롯데와 빅딜 성사까지 어제(29일) 하루에만 삼성은 약 14조 원 규모의 굵직한 그룹 중책안을 발표하며 재계 안팎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이례적인 경영 행보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무엇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결단'을 이재용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풀이한다.

29일 이재용 부회장이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오후 늦은 시간대에 찾았다. 지난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두 번째 응원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이지만, 이날 방문은 그룹 차원의 굵직한 이슈 발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의 야구장 방문은 이날 오전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가 난지 한나절 만에 이뤄졌다. 특히, 이번 주주환원 정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그룹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 만큼 이날은 응원길에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당시 어머니 홍라희 관장과 잠실구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29일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응원길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 홍라희 관장, 이서현 사장(왼쪽부터)
지난 5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당시 어머니 홍라희 관장과 잠실구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29일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응원길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 홍라희 관장, 이서현 사장(왼쪽부터)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파격 행보는 야구장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날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된 이재용 부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가 넘쳤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에도 어머니 홍라희 여사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 5월 홍라희 여사와 야구관람을 함께하며 눈길을 모았던 이재용 부회장은 5개월여 만에 다시 어머니와 응원길에 나선 것이다. 그간 수차례 야구장 방문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지만, 홍라희 여사와 함께 야구 경기 관람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라희 여사의 야구장 관람이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그룹 경영 승계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룹 수뇌부와 자연스러운 소통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야구 관람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곁에는 그룹 경영전략에 중추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함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기 내내 그룹 주요 임원들과 맥주를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야구 관람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곁에는 그룹 경영전략에 중추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함께했다.
야구 관람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곁에는 그룹 경영전략에 중추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함께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대내외 일정에서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그룹 총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특히, 그룹 수뇌부가 (이재용 부회장과) 동행하는 모습을 노출한다는 것은 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도력과 달라진 그룹 내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야구 관람에 '야구 경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야구 경영'이 보여주는 상징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이 한 관람객이 이재용 부회장 앞으로 다가가 악수를 요청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경호원의 제지나 물리적 충돌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악수를 하며 관람객의 요청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재벌가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일반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이재용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이 한 관람객이 이재용 부회장 앞으로 다가가 악수를 요청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악수를 하며 관람객의 요청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이 한 관람객이 이재용 부회장 앞으로 다가가 악수를 요청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악수를 하며 관람객의 요청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밝힌 주주친화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삼성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 삼성이 주주들에 대한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 직접 주주들의 신임과 신뢰를 얻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는 데 입을 모은다. 즉, '이재용 체제 → 삼성의 변화'라는 인식을 대내외적으로 각인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여러 이슈를 챙기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지만, 기존의 색깔을 벗어내지는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라면서 "그러나 최근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삼성이 보여주고 있는 경영 행보는 확실히 다르다.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엘리엇 사태' 이후 주주들에 대한 태도에도 확실히 변화를 줬다. 특히, 주주친화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삼성의 경영 방식도 '이재용 부회장 스타일'로 전환점을 맞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야구관람은 단순히 가족과 나들이 차원을 넘어 그룹의 경영권 최고 정점에 이재용 부회장이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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