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세기전4’ 2차 출사표 던진 최연규 이사 인터뷰
최연규(43) 소프트맥스 이사는 올해로 게임업계에서 일한지 21년째를 맞는 산증인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게임 개발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게임 마니아에서 시작해 중견 게임업체 이사로 활동 중인 1세대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최 이사가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때 게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영원 소프트맥스 대표이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그에게 소프트맥스는 21년간 다닌 첫 직장이다. 장수비결은 무엇인지 묻자 “개발만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다는 생각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뼛속까지 개발자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새로운 신작을 내놓는다. 오는 18일부터 2차 비공개 시범 서비스(CBT)를 진행하는 PC온라인게임 ‘창세기전4’가 그것이다. 이 게임은 소프트맥스의 간판 타이틀인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 회사는 지난 7년간 약 25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그에게 각별한 게임이다. 지난 1994년 소프트맥스에 입사해 17년간 이 게임을 만드는데 열정을 바쳤다. 외산 게임이 대세를 이루던 시장 상황에서 ‘창세기전’ 시리즈는 국산 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토종 업체의 자존심으로 우뚝 섰다. ‘창세기전4’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자식 같다”고 답을 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창세기전4’는 지난 4월 첫 번째 서비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반응은 참담했다. 일부에선 ‘10년 전 게임 같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2차 서비스는 최 이사를 포함해 ‘창세기전4’ 개발진의 심기일전 의미가 담겼다.
그 결과 1차 서비스 때 대표적인 지적사항이었던 전투 방식이 눈에 띄게 역동적으로 바뀌었고 게임을 조작하기 위한 사용자환경(UI)도 직관적으로 변했다. 전투 속도는 8배나 빨라졌다.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아르카나’(캐릭터 수집)와 스토리 등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최 이사는 좋은 게임의 기준으로 ‘독창성’을 꼽았다. 획일화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그가 ‘창세기전4’를 개발하면서 창조와 파괴를 수없이 반복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고된 개발 작업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다른 게임을 따라갈까 후회도 해봤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개발에 매진했다.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창세기전’이니까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강했어요. 다른 게임과 차별화될 수 있는 조작법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죠. 게임 속에 등장하는 각종 시스템을 갈아엎은 것도 셀 수 없을 정도에요.”
20년 넘게 게임을 개발해온 원로 개발자지만 그는 여전히 개발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드러냈다. 최 이사는 “나이를 먹어도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고 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 중인 창세기전4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다시 사랑 받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