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손안의 시장, 중소업체 일수록 뚜렷한 ‘차별화’ 갖춰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업체들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게임업체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2년 전과 달리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소 게임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장 유행을 쫓기보다는 새로운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경기도 판교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15(NDC 15) 강연장. 한 외국인 게임 개발자가 무대에 등장하자 사람들의 눈과 귀가 그에게 쏠렸다. 호주에서 건너온 그는 모바일게임 ‘길건너 친구들’로 출시 약 3달 만에 100억 원 매출 신화를 기록했다. 블록 모양의 각종 캐릭터를 조작해서 자동차나 기차 등을 피해 길을 건너는 이 게임은 간단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사례는 국내 시장 환경에서 딴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17일 국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을 살펴봤더니 역할수행게임(RPG)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위권으로 확대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길건너 친구들’과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게임은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 초기 다양한 사업 시도를 벌였던 중소업체들도 역할수행게임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역할수행게임 장르는 개발과정이 복잡해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에게 적합한 장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곳은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캐주얼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역할수행게임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역할수행게임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예측이 적지 않고 결과적으로 중소업체에게는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아 이러한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역할수행게임 위주의 장르 편중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장르 쏠림 현상과 관련해 게임계에선 산업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보다도 시장 균형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취하려는 분위기가 폭넓게 나타나면서 장르 편중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중소업체의 경우 유행을 따라하기 보다는 자기가 잘하는 장르를 찾아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최근의 역할수행게임 장르 쏠림 현상이 피처폰(일반폰) 시절보다 더욱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성공작을 따라하는 전략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피처폰 시절에는 역할수행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만들려고 하면서 전문성이 퇴색되고 있다”면서 “장르 편중화 현상의 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