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강현의 Better-biz] ‘취재진 외면’ 정몽준 마음, 여의도인가 울산인가
  • 성강현 기자
  • 입력: 2015.03.24 15:58 / 수정: 2015.03.24 16:24

정몽준 전 의원 목소리도…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아내 김영명(오른쪽부터)씨와 함께 부친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운동 집을 찾았다. 그는 이날 예년과 달리 차를 타고 취재진을 지나쳤다./배정한 기자
정몽준 전 의원 목소리도…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아내 김영명(오른쪽부터)씨와 함께 부친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운동 집을 찾았다. 그는 이날 예년과 달리 차를 타고 취재진을 지나쳤다./배정한 기자

정몽준 전 의원 예년과 다르게 집안으로 직행

“아마 정몽준 (전) 의원은 내려서 한마디 할 겁니다. 나머지 분들은 모두 차로 곧바로 들어가니 그렇게 아세요.”

지난 20일 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생전 서울 청운동 자택 앞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오후 7시 고인의 14주기 제사를 맞아 현대가(家) 친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현대가 깃발 아래에 있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부분 얼굴을 내밀다 보니 취재진 역시 그들을 주목해 찾은 것이다.

필자의 관심사는 다름 아닌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한마디였다. 지난해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데다 대주주로 있는 글로벌 기업 현대중공업 사정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을 관리하는 현대가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전 의원을 제외하곤 가까이서 대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몽준 전 의원은 만날 수 있을 것처럼 귀띔했다.

실제로 정몽준 전 의원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2세 중 유일하게 거의 매년 취재진을 향해 길지는 않더라도 자신과 가족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해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몽준 전 의원은 당시 비가 내려 우산을 받쳐 든 채 서울시장 선거 출마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꺼리면서도 여유롭게 대처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추운 날씨에 취재진이 많이 와서 수고가 많다”면서도 “오늘은 제사이기 때문에 정치 얘기는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많이 와서 사진을 찍고 하면 가족들이 많이 놀랄 것 같다”며 가족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달랐다’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해 3월20일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꺼리면서도 여유럽게 대처했다./더팩트DB
‘작년에는 달랐다’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해 3월20일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꺼리면서도 여유럽게 대처했다./더팩트DB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정몽준 전 의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40분쯤 아내 김영명 씨,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와 함께 청운동을 찾았지만 예년과 달리 곧바로 차를 타고 청운동 집 입구까지 들어갔다. 멀찍이서 취재진을 향해 잠깐 쳐다본 것이 전부였다. 마치 사진기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특별히 ‘포토타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원래 취재진에 친화적이다. 대중과 항상 호흡을 함께 해야하는 정치와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의 행보는 평소와 달라 더 아쉬운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일하게 대면을 기대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취재진을 외면하고 집안으로 바로 들어가 '밥값'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도 한몫했다. “선거철이 아니라서 그냥 들어갔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사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으면 곤혹스런 질문들이 쏟아질 것을 그 역시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현재 범 현대가 기업들 중에서 경영 환경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은 무려 3조2496억 원이다. 이는 국내 민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후폭풍으로 조직과 인력 구조재편을 단행한 데 이어 사업재편도 실시했다. 노사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측의 여사원 구조조정에 반발해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등 노사 간 갈등도 활화산으로 번질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사외이사 후보를 교체한 것을 놓고 기존 사외이사 후보가 정몽준 전 의원의 측근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 형국이다.

그로서는 적잖은 심적 부담을 느낄 게 분명하다. 정치인 정몽준은 측근 대리경영체제로 현대중공업 그룹을 관리해왔다. ‘조선 왕국’의 선발사인 현대중공업이 방향을 확실히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그룹 중심을 분명히 잡기 위해 오너 경영인 정몽준의 울산 복귀를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여의도(정치)를 떠나리라고 보는 이는 찾기 힘들다.

다음 달 재보선, 내년 총선 등 정치의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는 즈음인 만큼 정몽준 전 의원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의 마음은 여의도에 있을까, 울산에 있을까.

[더팩트│성강현 기자 dank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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