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황진희 기자] ‘3300원 화장품 신화’를 쓴 서영필(51) 에이블씨엔씨 회장이 벼랑 끝에 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가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홍콩 시장에서 매장을 모두 철수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어퓨 역시 국내에서 매장을 철수하고 있어 위기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샤가 '미투 상품(베끼기 상품)' 출시로 반짝 인기몰이를 하며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듯 했지만, 저가 공세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활로 개척에 나선 해외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샤는 홍콩 내 매장 20곳을 일제히 닫았다. 홍콩섬 애드미럴티의 복합 쇼핑몰인 퀸스웨이 플라자 미샤 매장은 ‘더 이상 영업하지 않는다’는 알림판을 내걸고 점포 문을 내렸다.
미샤 측은 이에 대해 홍콩 판매 대행업체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홍콩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홍콩 현지에서는 미샤가 다른 경쟁 브랜드에 밀려난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샤는 국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 미샤를 시작으로, 어퓨, 미카, 스위스퓨어 등의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했지만 미샤와 어퓨를 제외하고는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미샤는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39억3700만 원을 기록한 후 2분기에도 23억9900만 원의 적자를 냈다. 3분기에는 소폭 흑자로 전환했지만 국내 브랜드숍 시장에서는 3위로 밀려났다. 미샤가 업계 3위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0년 브랜드를 론칭한 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도 가맹점 폐점 사태가 줄줄이 이어졌다. 지난해 1월 미샤 명동기점, 5월 미샤 명동6호점과 12월 미샤 명동점 폐점 등 우리나라 최고 화장품 상권인 명동에서 모두 철수했다. 뿐만 아니라 명동 상권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미샤 가맹점마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9월 가맹 계약 해지 내용증명을 보낸 이후 지난달 문을 닫았다.
해외 시장에서도 매출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법인인 북경애박신화장품상무유한공사(이하 미샤북경)의 매출은 241억 원에서 254억 원으로 5.6%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과 2012년 38%씩, 2013년 90%씩 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였다. 미샤북경은 홍콩시장까지 담당하지는 않지만, 중화권 실적의 척도가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법인인 미샤재팬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176억 원에서 123억 원으로 30% 감소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샤가 급기야 홍콩 시장에서 내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이 미샤의 세컨드 브랜드인 어퓨 역시 적자로 인해 가맹점 해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2월 어퓨 명동점, 5월 어퓨 명동 충무로점이 문을 닫았고, 지난 연말에는 대구의 명동으로 알려진 동성로에서 어퓨 가맹점이 폐업했다. 또 부산 어퓨 서면점 및 서울 동대문점, 광화문점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더페이스샵과 업계 1~2위를 다투던 미샤(에이블씨엔씨)가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때문에 국내 화장품 시장에 중저가 화장품 시대를 연 서 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외 시장에서 미샤가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jini8498@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