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진희 기자]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백화점 VIP(최우수고객)고객들의 ‘갑질 소동’이 급기야 사회문제로 번지면서, VIP고객들의 소득수준과 구매력에 대한 궁금증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주차요원이나 판매직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우월의식’을 지닌 VIP고객들이 대체 백화점에서 얼마나 소비를 하는가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VIP고객 선정은 각 백화점별로 기준도 명칭도 모두 다르다. 특히 VIP고객 중에서도 가장 매출을 많이 올려준 고객은 상위 0.1%의 VVIP고객으로 구분되는데, 백화점 관계자들은 VVIP고객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연간 억 단위 지출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백화점 3사, VIP고객 명칭도 기준도 제각각
롯데백화점은 VIP 고객관리를 위해 MVG(Most Valuable Gues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VIP고객은 MVG-Ace, MVG-Crown, MVG-Prestige로 나뉘는데 이중 가장 높은 등급인 MVG-Prestige는 연 6000만 원 이상을 쓴 고객에게 주어진다. MVG-Crown은 연 3500만 원, MVG-Ace는 각 지점별로 연 1500~2000만 원으로 상이하다.
여기에 롯데백화점의 명품관 브랜드인 에비뉴엘은 고객 등급을 VIP, VVIP, LVVIP 등 세 단계로 따로 두고 있다. 에비뉴엘 본점 기준으로 VIP는 연간 명품 구매금액 3000만 원 이상, VVIP는 연 6000만 원 이상, 최고 등급인 LVVIP는 1억 원 이상이 넘는 고객에게 부여된다.
현대백화점은 클럽쟈스민, 블루쟈스민, 블랙쟈스민 세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아랫단계인 클럽쟈스민은 연간 약 400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주어진다. 블루쟈스민과 블랙쟈스민은 연간 최소 50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주어지는데,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고 등급인 블랙쟈스민과 블루쟈스민의 선정 기준은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본점 기준 블랙쟈스민은 연간 구매액 1억 원이 넘는 고객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로얄, 아너스, 퍼스트, 퍼스트프라임, 트리니티 등 5개 등급으로 VIP고객을 나눈다. 연간 구매금액으로 로얄은 800만 원 이상, 아너스는 2000만 원 이상, 퍼스트는 4000만 원 이상, 퍼스트프라임은 6000만 원 이상이어야 VIP고객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중 VVIP로 나뉘는 최고 등급 트리니티는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상대평가’로 선정한다. 해마다 매출 상위 999명을 트리니티 회원으로 구분한다. 때문에 해마다 연말이면 자신이 트리니티에 들었는지 문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넘쳐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VIP고객들은 씀씀이도 일반 고객과 ‘차원’이 다른 만큼, 제공받는 혜택도 남다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발레파킹과 무료주차, 전용 라운지 이용, 기념일 및 명절 선물 등을 제공받는다.
더 나아가 VVIP고객들은 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VVIP고객들은 백화점에 도착하는 즉시 발레파킹 서비스와 함께 프라이빗 라운지로 안내돼 그 자리에서 옷을 입어보고 쇼핑하면 된다. 라운지에서는 VVIP고객이 평소 선호하는 브랜드를 알아두고, 그들의 한 마디에 즉시 각 브랜드의 신상품으로만 제품을 진열한다.
또 VVIP고객은 관리직 직원의 이름도 안다. VVIP고객들은 각 매장 직원들이 상대하지 않고 관리직의 부장급 이상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각 지점별 최고 VVIP가 백화점에 나타나면 점장이 나와 쇼핑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 VIP고객, 흔들리는 백화점 매출의 ‘버팀목’
백화점 업계가 최근 부진한 매출로 울상을 짓고 있지만, 그나마 VIP고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명품류 매출로 근근이 실적을 올리고 있다. VIP고객들은 경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 해 수천만 원을 백화점에서 소비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최상위 고객(전년기준 연 1억 원이상 구매)의 지난해 1∼10월 객단가는 14.1% 증가했다. 전체 고객 객단가 증가율(4.4%)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11월 롯데백화점 전체 지점(신규지점 포함)의 해외 패션(명품브랜드 포함), 해외 시계·보석(명품브랜드 포함)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13.4% 늘었다.
기존점(신규지점 제외)과 전체 지점(신규지점 포함)의 전체 매출 증가율이 3.5%, 7.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좋은 실적이다.
또 지난해 2월과 8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해외 명품대전’의 매출(70억 원·42억 원)도 2013년 같은 시기 동일 행사(50억 원·38억 원)보다 각각 40%, 11%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의 VIP(1500만 원 이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6.2% 늘었다. 특히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하는 최상위 1% 고객 매출은 6.5% 증가했다. 강남 일대 부자 고객이 유독 많은 이 백화점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내내 VIP 매출이 전년대비 6% 이상 연이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VIP(800만 원 이상) 매출 성장률도 백화점 전체 매출(0.4%)의 6배가 넘는 2.8%를 기록했다.

◆ 백화점별 VIP고객 혜택, 해맞이 여행에 고급 레스토랑까지?
VIP고객들이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면서 백화점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혜택으로 VIP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VIP를 대상으로 ‘신년 해맞이 기차여행' 이벤트를 진행했다. 본점·잠실점·영등포점 등 8개 지점 우수고객(구매액 등 기준) 중 참가 희망자 600여명은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 첫 해돋이를 봤다.
특히 우수 고객의 수송에는 두 대의 전세 열차(E-트레인·무궁화호)까지 동원됐다. VIP 이벤트로 2015년 롯데백화점의 첫 공식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상반기 VVIP 대상 우편광고(DM)를 계절·테마별 박스 형태로 바꿨다. 아시아 최초 홀스뮤지컬(승마 예술공연) ‘이매진’, 뮤지컬 ‘캣츠’ 개막전 공연, 미슐랭 스타셰프 후니킴의 ‘갈라디너 파티’ 등에도 VIP를 초청했다.
최근에는 연간 구매액 1억원 이상의 상위 0.01% 고객에게 프리미엄 멤버십 카드 ‘레니쓰(LENITH)’를 발급하고 특급호텔 무료발렛 서비스, 고급레스토랑 식사권 등의 혜택을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새해를 맞아 14일 우수고객(구매액 등 기준) 약 450명을 초청해 목동점 7층 토파즈홀에서 가수 'JK 김동욱'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2000년부터 해마다 우수고객들을 대상으로 ‘열차(버스)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7000여명의 고객이 전국의 명소와 문화재를 탐방했다.
신세계백화점은 VIP 고객에 포인트를 부여해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스파·식사권 등)를 자유롭게 설계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VIP전용 라운지에 아트 카페라떼, 에스프레소 캐비어, 분자커피 등 스페셜 메뉴를 도입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백화점들이 그나마 기댈 곳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천만 원을 지출하는 VIP고객들이다. 때문에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라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VIP고객들이 특별한 혜택 등에 익숙해져 ‘우월의식’을 남용하는 사례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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