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삼성 신년 구상 이재용 부회장 '몫'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4.11.27 14:28 / 수정: 2014.11.27 14:28
한화와 대규모 빅딜을 마무리 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최근 국내외에서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활발한 행보에 나서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경영 승계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삼성그룹 제공
한화와 대규모 '빅딜'을 마무리 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최근 국내외에서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활발한 행보에 나서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경영 승계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삼성그룹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다시 한 번 바꾸자. 불황이 곧 기회다.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문화는 과감히 버리자."

지난 1월 그룹의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던진 화두다. 연초마다 나오는 이 회장의 한마디는 곧 그룹 수뇌부들의 신년 사업구상 테마이자 로드맵이 됐지만, 올해부터는 이 모든 일련의 역할이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 김포국제공항에서 일본 하네다로 출장길에 올랐다. 삼성 측은 이번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과 관련해 "특정 목적이 아닌 국외 시장 점검과 같은 일반적인 출장"이라고 설명했지만, 한화그룹과 대규모 '빅딜'을 단행한 이후 하루 만에 이뤄진 출장길인 만큼 내년 그룹 경영 구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아버지인 이 회장의 1년 전과 상당히 닮아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재계의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일본 출장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글로벌 경제 동향을 살피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이 회장은 거의 연례적으로 일본 재계 지인들과 만나 글로벌 경제동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다음 사업구상에 몰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선에서 이 회장의 '느낌'이 묻어난다는 게 주변의 엇비슷한 생각이다.

삼성은 전날 방위·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일괄 매각하면서 그룹의 주력 사업 부분을 전자와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 4개로 단순화했다.

화학 부문의 매각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전자·금융·건설 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 및 상사,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패션과 리조트 사업에 집중하는 '삼각편대' 구도를 완성한 것.

특히, 이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이뤄진 이번 한화와 대규모 계열사 매각안 추진에 이 부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관측통들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월 일본 출장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글로벌 경제 동향을 살피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지난 1월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이 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더팩트 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월 일본 출장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글로벌 경제 동향을 살피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지난 1월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이 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더팩트 DB

올해 이 회장이 예상치 못한 건강상태 악화로 경영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의 '스킨십 경영'은 이 부회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오전 전용기를 타고 김포국제공항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시장에 대한 활로 개척 및 대외협력을 위해 스위스 바젤로 출국했고,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올해에만 세 번에 걸쳐 그룹을 대표해 중국 최고 실력자인 시진핑 주석과 만남을 성사시켰다.

지난 9월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만나 특허 분쟁 협의는 물론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 의지를 다지는 등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이어가며 그룹 내 상징성을 높여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6개월이 넘도록 병석에 있고, 그룹 내부에서도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주력 계열사 상장 및 매각 등 그룹 내 중책에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승계는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