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진짜' 신차와 '성형발' 신차, 현대차 아슬란은?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4.11.05 14:57 / 수정: 2014.11.05 16:59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가 자사 최고 럭셔리 전륜구동 세단 아슬란의 론칭행사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 김슬기 기자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가 자사 최고 럭셔리 전륜구동 세단 '아슬란'의 론칭행사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 김슬기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야심 차게 내놓은 전륜 세단 '아슬란'은 개념있는 신차일까, 아니면 이른바 겉만 교묘하게 바꾼 '성형발' 신차일까.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 발표회를 연간 수차례 갖지만, 합리적 소비자들이 '성형발' 신차를 외면하는 경향이 짙으면서 현대차의 아슬란 신차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결과가 주목된다.

성능과 가격, 디자인등의 측면에서 새로움을 담은 신차도 있겠지만 일부 메이커들은 차량의 외관만 바꿔서 요란하게 신차 마케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자동차 외양만 살짝 변경해 신차라고 우기는 메이커들에게 합리적 소비자들은 고개를 돌릴수 밖에 없다. 자동차 시장의 글로벌화로 그만큼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신차'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 또는 완전변경된 모델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신차 = 흥행'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으로 성립됐지만,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놓은 신차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국산 신차에 대한 충성도가 약해지는 추세다.

수입 완성차 브랜드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이 한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국산 신차들이 디자인을 제외한 성능 및 연비 부분에서 개선점을 확연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충성도 약화의 주 배경으로 꼽는다.

지난 3월과 지난달 말에 각각 출시된 LF 쏘나타와 아슬란은 전 모델 및 기존 모델 대비 성능 부분에서는 개선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3월과 지난달 말에 각각 출시된 'LF 쏘나타'와 '아슬란'은 전 모델 및 기존 모델 대비 성능 부분에서는 개선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지난 3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LF 쏘나타'다. 지난 2009년 'YF 쏘나타' 출시 이후 5년 만에 풀체인지된 'LF 쏘나타'는 강화된 차체 강성과 확 바뀐 디자인으로 출시 초기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차량의 성능부분이다. 주력 모델인 2.0 모델의 경우 최대토크 20.5kg·m, 최고출력 168마력으로 전 모델인 '소나타 더 블리리언트'(최대토크 20.5kg·m, 최고출력 172마력)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비 역시 ℓ당 11.6~12.1km로 'YF소나타'(11.9~12.1km/ℓ)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성능 부분에서 개선점을 보여주지 못한 '국민차'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은 시간이 갈수록 주춤거렸고, 현대차는 '택시용' 공급에 나서는 비상수단을 강구했다. 'LF 소나타'는 출시 초기인 지난 3~4월 1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선전하는 듯했지만, 지난 8월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판매고(5596대)를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택시용 모델'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애초 계획을 전면 수정, 지난 9월 'LF쏘나타'의 택시 모델을 출시해 전체 판매량의 30%를 택시 물량으로 소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베일을 벗은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전륜 세단 '아슬란' 역시 성능부문에서는 하위 모델인 '그랜저'와 상위 모델인 '신형 제네시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슬란의 주력 모델로 꼽히는 3.3 모델에 장착되는 '람다II V6 3.3 GDi'는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상위 모델인 신형 '제네시스 3.3AWD' 모델과 비교하면 출력은 12마력이 늘었지만, 토크는 오히려 0.1kg.m 떨어졌고, 연비도 ℓ당 9.5km로 같은 수준을 보였다. 자동차 전문 사이트에서는 특히 연비 수준을 중심으로 아슬란 신차효과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 8월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쏘렌토는 차체크기는 늘었지만, 성능 부문에서는 전 모델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비는 ℓ당 13.1km로 오히려 기존 R2.0 디젤 모델의 14.4km보다 떨어졌다.
지난 8월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쏘렌토'는 차체크기는 늘었지만, 성능 부문에서는 전 모델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비는 ℓ당 13.1km로 오히려 기존 R2.0 디젤 모델의 14.4km보다 떨어졌다.

지난 8월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쏘렌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5년 만의 풀체인지 소식에 출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모델이지만, 차량 성능과 연비 부분에서는 조금의 개선도 보여주지 못했다.

전장(4780mm)과 전폭(1890mm), 휠베이스(2780mm)이 기존 모델(전장 4685mm, wjsvhr 1885mm, 휠베이스 2700mm) 대비 늘어나고 일부 편의사양이 추가됐지만, 엔진성능(최대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kg.m)은 동일했고 연비는 ℓ당 13.1km로 오히려 기존 R2.0 디젤 모델(14.4km/ℓ)보다 떨어졌다.

지난 3월과 6월에 풀체인지 모델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 푸조의 308W(아래쪽)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C클래스 등은 디자인과 편의사양 추가와 차체크기 확대에도 100kg 이상의 경량화에 성공하며 개선된 연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과 6월에 풀체인지 모델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 푸조의 '308W'(아래쪽)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C클래스' 등은 디자인과 편의사양 추가와 차체크기 확대에도 100kg 이상의 경량화에 성공하며 개선된 연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 3월 제네바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푸조의 '308 SW'의 경우 전장(4585mm)과 전폭(1865mm)이 이전 세대에 비해 각각 85mm, 50mm씩 늘었음에도 140kg가량의 경량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 새로운 디젤엔진인 '2.0 BlueHDi'를 장착해 ℓ당 13.7 km의 연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 7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C클래스' 전 모델 대비 휠 베이스는 80㎜ 늘어난 2840㎜, 길이는 65㎜ 길어진 4700㎜, . 전폭은 40㎜ 커진 1810㎜로 몸집을 키웠지만, 알루미늄과 스틸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한 경량 구조로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차량의 무게를 100㎏가량 줄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량화와 연비 향상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요소다. 국내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자동차의 연료 효율성이 차량 구매 선택에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놓은 신차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특히, '아슬란'의 경우 상하위 모델인 '그랜저'와 '제네시스'와 비교했을 때 엔진성능이나 연비 부분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위 모델인 '그랜저'가 디젤 모델을 출시해 그나마 연비 부분을 커버한 상황에서 '아슬란'이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한다면 자칫 과거 '마르샤'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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