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밀리고 미국에 치이고…국내서 설 곳 잃은 '일본車'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4.08.12 10:28 / 수정: 2014.08.12 10:28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 렉서스, 인피티니 제공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 렉서스, 인피티니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브랜드가 전체 점유율의 70~80%를 차지하며 세를 확장하는 사이 미국 완성차 브랜드까지 급성장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전월 보다 1.7% 늘어난 1만8112대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21.1% 증가한 수치로 올해 누적 신규등록대수 역시 11만2375대로 지난해 89440대 대비 25.6% 증가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의 수는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의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지난달 브랜드별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BMW는 3353대, 메르세데스-벤츠 3349대, 폭스바겐 3157대, 아우디 2860대로 독일 '빅4'의 전체 등록 대수는 모두 1만2719대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즉, 지난달 판매된 수입차 10대 가운데 7대는 독일 브랜드 차량인 셈이다.

반면, 일본 완성차 업계 1위인 도요타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56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역시 같은 기간 506대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혼다와 닛산도 각각 320대, 309대로 1~2%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미국 완성차 브랜드의 선전 역시 일본 브랜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브랜드별 판매량에서도 일본 브랜드와 미국 완성차 브랜드의 차이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포드의 경우 역대 최고치인 917대가 판매되 도요타, 렉서스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보다 400여 대 이상 더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특히, 포드의 올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5204대로 3980대를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30.8% 급증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독일 완성차 브랜드가 차지한 비율은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독일 완성차 브랜드가 차지한 비율은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한때, 렉서스의 선전으로 국내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에서 급성장했던 일본차가 '뒷전'으로 밀려난 데는 디젤 모델의 부재가 가장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세우며 그나마 판매량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유럽 디젤차의 판매량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 2008년 35.54%에서 올해 상반기 11.84%로 20%p 이상 내려갔다.

독일 완성차 업계가 소형에서 플래그십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트림에 디젤모델을 탑재, 경쟁적으로 신규 디젤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일본 브랜드는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가 디젤 세단 'Q50'를 출시한 것 외에 눈에 띄는 변화를 주지 못한 것.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4월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BMW의 중대형 디젤 세단 '520d'가 차지했고, 2위 역시 폭스바겐의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2.0 TDI 블루모션'이 차지했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 CDI', 폭스바겐 '골프2.0 TDI' 등 베스트셀링카 상위에 이름을 올린 모델 대부분이 디젤 차량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 모델은 모두 1만2209대로 전체의 67.4%로 5298대를 기록한 가솔린 모델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베스트셀링 모델 역시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르모션'(906대), 아우디 'A6 2.0 TDI'(681대), BMW '520d'(550대) 순으로 디젤 모델이 '톱3'에 이름을 올렸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 모델 선호현상은 수입차 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다양한 디젤 모델 라인업을 갖춘 독일 완성차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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