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희 기자] 서울 서초동에 '삼성생명 타운'이 조용히 건설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서초 사옥에서 불과 1Km정도 떨어진 금싸리기 땅(서초구 사임당로 23길29)에 지상,지하 총 10층으로 연 면적 2만6000여㎡ 규모의 빌딩을 연수원(교육연구원) 목적으로 짓고 있다. 오는 2016년 2월 준공 예정이다. 현재 공사 부지 내 용도폐기할 건물들은 헐어내고 부분적으로 터다지기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가자 주위에서는 이른바 '삼성생명 타운' 건설이 본격화됐다고 평가들 한다. 삼성생명은 이곳에 타운건설을 위해 자사 스포츠단 숙소를 경기도로 이전하고 관계사 인근 빌딩을 사들이는 등 수년 동안 부지 확보 및 행정 절차를 밟았다.
대규모 공사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은 공사에 따른 생활 불편을 호소하기 보다는 '삼성생명 타운' 건설을 반기는 것으로 <더팩트> 취재에서 나타났다. 주거 및 경제 생활 측면에서 '삼성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삼성생명 타운'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자 재계 안팎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궁금증을 보이기도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서울 중구 태평로에 본사를 둔 삼성생명이 그룹의 본사 사옥 근처에 적극적으로 타운을 조성하는 것을 강남, 서초구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범 삼성 타운'을 형성하려는 중장기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 2011년 2328억 원을 들여 당시 한국 감정원 건물 및 토지(1만1000여㎡) 를 경쟁입찰로 확보했다.
삼성그룹 측은 최근에는 강남 코엑스 맞은 편에 위치한 공시지가 1조4830여억 원에 이르는 한전본사 부지(약 8만㎡)도 탐내고 있다. 이 강남 마지막 대규모 금싸라기 땅은 현대자동차그룹도 눈독을 기울이고 있어 어느 그룹이 차지할지 재계의 빅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서초구에 삼성생명타운 건설에 들어섰다는 점은 적지않은 의미를 지닌다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삼성생명타운의 첫 삽질이 지난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귀국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외부의 이같은 다양한 시선과 추측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 측은 타운 건설과 관련해 "연수원에 대한 필요성과 부동산 투자 목적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기업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지난 4월부터 서초 사임당길에 있는 삼성 서초빌라 부지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은 그룹 본사 사옥과 불과 1km 떨어진 서초동 일대에 지하 5층 지상 5층의 삼성생명 연수원을 건립하고 있다.
대지면적 4646.5㎡, 건축면적 2620.61㎡, 연면적 2만6764.63㎡ 부지에 대해 삼성생명은 서초구청으로부터 지난해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서초구청에 신고한 건축 주용도는 교육연구원이다. 설계는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맡았고, 시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진행한다.
이 부지는 원래 삼성생명 농구단의 숙소로 이용되던 곳이다. 지난 2007년 삼성생명이 경기도 용인에 국내 최대 규모 민간 선수촌인 삼성생명 휴먼센터를 건립하면서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을 비롯해 삼성생명 레슬링단과 남녀 탁구단, 남자농구 삼성 썬더스, 남자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등 7개 팀이 용인 센터로 둥지를 옮겨갔다. 이후 농구단 숙소 부지는 삼성생명 임원들의 숙소로 이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생명이 이곳에 연수원을 건립하는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관측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부지는 서초동의 노른자 땅으로 인근 올해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3.3㎡당 3024만5000원에 달하는 알짜 지역이자 전용주거단지 구역이다. 이런 황금땅에 임직원들 대상의 단순한 교육 연수원을 짓는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연수원 부지 옆에 있는 삼성레포츠센터 건물도 매수했다. 삼성생명은 (주)삼성라이온즈 소유였던 삼성레포츠센터 토지 및 건물을 501억 원에 사들였다. 볼링장, 수영장, 골프장 등을 포함한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의 삼성레포츠센터를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인수하게 되면서 인근 부지는 모두 삼성생명 소유가 됐다. 연수원 부지 4646.5㎡, 삼성레포츠센터 부지 3780㎡, 탁구단 부지 2275㎡ 등을 포함해 1만㎡ 이상으로 상당한 규모다.
이 때문에 서초동 주민들은 연수원 일대를 '삼성생명 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인근 주민은 "연수원 짓기 전에 인근 주민들에게 떡을 돌리며 공사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 일대는 본래 삼성 땅이었지만, 레포츠센터도 삼성생명이 샀다고 하니 전부 삼성생명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이 주위 땅을 계속해서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인근 주민들은 삼성생명타운 건설이 또 다른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역시 "삼성레포츠센터 건물과 연수원 사이 부지 역시 삼성생명 소유다. 사이 부지 중 일부는 삼성레포츠센터의 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고, 일부는 연수원 공사자들의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뒤로 서초 삼성래미안 아파트도 있어 서초동 요지 땅은 삼성이 몽땅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 전환 채비를 사실상 마친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생명이 강남 일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이중포석이 깔려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지분 정리에 나서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투자사업부와 부동산사업부를 각각 삼성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에 편입시키는 등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 부동산 관리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다양한 작업의 일환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연수원 건립은 수도권 내에는 용인 외에 연수원이 없어 새롭게 짓는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생명 연수원이 전국에 부산, 전주, 용인 세 군데 뿐이다. 부산이 영남권, 전주가 호남권, 용인이 나머지 경기, 강원 등의 지방 인력들을 모두 교육하고 있다. 보통 용인 연수원에서 전체 삼성생명 직원 70%가 교육을 받기 때문에 서울 연수원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러한 차원에서 원래 갖고 있던 삼성생명 부지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저금리 시대에 목이 좋고, 수익성이 높은 곳의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 수익을 높이려는 것이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최근 기조를 반영해 부동산 투자를 위한 매수였다"며 "본사 사옥 인근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다기보다는 각자 다른 목적으로 별개로 진행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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