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여풍당당] 유교가풍속 현대차 세 딸 '경영 참여' 주목
  • 오세희 기자
  • 입력: 2014.06.18 10:49 / 수정: 2014.06.18 10:57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지 아래 3명의 딸들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박지혜 기자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지 아래 3명의 딸들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박지혜 기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계기로, 재벌 오너가(家) 여성들의 경영활동 및 그룹안팎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재벌 총수의 아내와 딸들이 다양한 형태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지금, 그들의 경영관 및 능력여부는 해당 그룹 미래판단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남성중심의 재계 문화에 여성바람이 몰아친지는 오래전이다. <더팩트>은 삼성 현대차 LG SK등 국내 4대그룹 오너가 주요 여성들의 현 좌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 오세희·황원영·박지혜 기자] 재계 서열 2위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오너가 여성들이 그룹 경영에 깊게 참여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여성들은 집안살림에 집중해 내조자로서 역할을 십분 담당해야 한다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때의 가풍 영향이 이어내려져 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범 현대가(家)는 여성들의 경영 참여를 사실상 금기시했다.

그럼에도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장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외에도 정성이 이노션 고문 등 세 명의 딸들에게도 합당한 경영공간을 마련해주면서 능력을 발휘토록 지원해 눈길을 끈다.

창업회장때에 오너가 여성들이 문밖출입이 제약을 받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정몽구 회장은 여성 경영인의 경쟁력을 인정하듯, 여식들에 대해서도 나름 기업 경영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특히 '사위 경영'형태로 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 현대차 세 딸,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있는 경영 참여

현대차그룹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여성들은 '그림자 내조'에 전념했다. 그룹 경영등 바깥 일은 남성들이 책임을 지고 여성은 집안살림과 자녀 교육에 몰두, 남녀간 역할분담이 매우 철저한 것으로 재계안팎에서는 유명했다.

정몽구 회장과 지금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간의 한때 '시숙과 제수씨'간 현대그룹 경영권다툼도 이런 가풍의 속성때문에 발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교적 가풍에 따른 남성 책임하의 기업 운영이 현대차(구 현대)그룹의 한 특성이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경영 전면에서 활동중인 장자 정의선(44) 현대차그룹 부회장 외에도 3명의 딸들에게 비교적 균등한 기회를 주며 경영 참여의 기회를 주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첫째 딸인 정성이(52) 씨는 현대차그룹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고문으로 있다. 정성이 고문은 1985년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후 결혼 20년이 지난 뒤 2003년 모친인 고 이정화 여사와 함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를 맡으며 경영 활동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정성이 고문은 2005년 이노션을 설립하면서 재계 여성 경영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노션 창립 당시 정성이 고문은 대표이사와 마케팅본부장을 직접 영입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이 고문의 진두지휘 아래 이노션은 명실상부 국내 2위 광고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2007년 이노션은 업계 1위 삼성그룹의 계열사 제일기획과 2조 원 이상 취급액이 차이가 났지만, 2010년 2조7000억 원을 달성하며 회사설립 5년여 만에 제일기획과 격차를 2000억 원대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정성이 고문이 이노션을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과 셋째 딸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경영 참여에 나서고 있다. 정명이(50)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46)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도 대외활동은 활발하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자기 목소리가 뚜렷한 오너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또 현대차 오너가 여성들의 경영참여는 '남편'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룹현안에 한발짝 더 닿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정몽구 회장은 사위들을 기용해 직간접적으로 딸들의 경영 참여를 돕고 있다.

정명이 고문의 남편 정태영 사장은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사장을,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 사장을 맡고 있다. 정윤이 고문의 남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사위가 된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인물이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왼쪽)과 정명이 현대캐피탈 고문은 현대차그룹 주식을 각각 1843주씩 보유하고 있다. /이노션제공, 마사 스튜어트 블로그
정성이 이노션 고문(왼쪽)과 정명이 현대캐피탈 고문은 현대차그룹 주식을 각각 1843주씩 보유하고 있다. /이노션제공, 마사 스튜어트 블로그

◆ 정 회장, 유교적 가풍에서 '딸-사위경영'기회 부여 주목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이 후계구도 개편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맥락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에 이어 정몽구 회장 1남3녀 자녀들의 후계구도 정리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의 딸들은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후계구도 개편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2일 정윤이 전무는 15년간 보유 중이던 현대차 주식 3423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개편설은 급물살을 탔다.

이번 정윤이 전무의 주식 처분으로 현대차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정몽구 회장 1139만5859주(지분율 3.99%), 정성이 고문 1843주, 정명이 고문 1843주, 정의선 부회장 6743주 등이 됐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3세 후계구도에 따라 지분 정리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정의선(44) 부회장 또한 이노션 지분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이노션 지분을 모건스탠리PE와 스탠다드차타드(SC)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정몽구 회장 또한 이노션 지분 20%를 정몽구재단에 출연했다.

이로써 이노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는 정성이 고문뿐이다. 정성이 고문은 이노션 지분 72만주(40%)를 보유하고 있다. 정명이 고문은 현대커머셜 지분 6667주(33.3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자동차 부문은 정의선 부회장이 맡고, 이노션은 정성이 고문, 현대커머셜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각각 정명이 고문과 정윤이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쪽으로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명이 고문이 남편 정태영 사장과 함께 금융계열사를 두고 동생 정의선 부회장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정태영 사장이 현대카드를 맡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지만, 정의선 부회장 역시 금융계열사에 관심이 많아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기존 현대가 가풍에서 벗어나 딸들과 사위의 경영 참여에 지지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기에 현대차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외아들 외에 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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