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혜 인턴기자]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IKEA)와 국내 가구 1위 기업 한샘의 '자존심 경쟁'에서 누가 웃을까.
전 세계 35개국에서 260여 매장을 운영하면서 연 43조여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올 연말 광명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이케아는 국내 소비층 공략을 위해 서울 영등포지역에 '팝업스토어'을 운영하는등 사전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전개중이다.
이에 맞서는 국내 가구 대표주자는 지난해 매출 1조60억 원을 기록한 한샘이다. 한샘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급화한 전시·제품·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저가 제품 위주인 이케아와 차별화하겠다며 한판승부를 벼르고 있다. 토종 브랜드로 지난 수십년동안 국내 시장을 이끌어온 한샘은 스웨덴 다국적 기업 이케아와의 결전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고유 디자인 가구를 앞세운 이케아의 도전을 한샘이 어떻게 되받아칠련 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케아가 광명점이후 2호, 3호 직영점을 확충하면서 한샘과 피할수 없는 경쟁구도를 계속 형성할 것으로 본다.

◆'고급화'한샘 VS '친근-발랄함'이케아…승자는?
10일 <더팩트>은 한샘 플래그샵(Flagshop) 목동점을 찾았다. 이곳은 서울 강서권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토털 홈 인테리어 유통매장으로 지난달 3월 6일 오픈했다.
한샘 플래그샵목동점은 전체면적 5680m(약 1718평), 전시면적 4210m²(약 1273평)에 지하2층, 지상 6층 규모로 가구와 홈 인테리어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원스톱 인테리어 쇼핑공간이다.
이날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퇴근 시간이어서 인지 젊은 연인으로 보이는 많은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가 순서대로 계단을 내려오며 매장을 살펴봤다.

6층에는 프리미엄 부엌브랜드와 카페가 들어와 있었다. 한샘의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 '키친바흐' 뿐 아니라 수입 브랜드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5층에는 키즈룸과 서재, 플레이룸 등으로 꾸며졌고 4층 매장 또한 수입 브랜드로 인한 고가 가격이 예상돼 대부분 구경만 할 뿐 구매를 위해 이것저것 따져보는 손님은 드물었다.
3층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점으로 마련됐다. 신혼에게 맞는 거실부터 자녀를 위한 거실, 부부만의 여유로운 거실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냈다. 2층에는 수면존으로 한샘의 메트리스 브랜드 '컴포트아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마련 했다.

지상층은 한산했던 반면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지하1~2층에는 많은 손님이 몰렸다. 그러나 사람이 가장 많았던 생활용품 관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돌았다. 생활용품 관은 식기류, 욕실용품, 향초, 수납용품 등등 구경거리가 매우 많았지만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손님들 입에서 간혹 나왔다.
생활용품 관을 둘러보던 한 고객은 "이 정도 품질이면 굳이 여기서 이 가격에 살 필요가 없겠다 싶다"며 "가구의 경우 워낙 부자재 간 품질도 다르고 AS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는 건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옷걸이나 수납박스는 특별한 디자인도 아니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격까지 비싸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샘의 고급화 전략과 달리 이케아 헤이홈 매장은 친근하고 발랄한 분위기 였다. 전체적인 매장 디자인을 밝은 색깔로 채웠고 독특한 문구와 소품들로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인지 부모와 어린 아이들이 함께 매장을 방문해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시 소파에 아이들이 눕기도 하고 인형을 만지적거리며 놀고 있었다. 실제로 매장 안에서 가격을 묻거나 언제 제품을 살수 있는지 물어보는 고객이 많아 인기를 실감케 했다. 매장 안 쪽에 마련된 2개의 상담 테이블에는 손님이 모두 찼을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직원 복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이케아 직원들은 반팔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한 반면 한샘 플래그샵 직원들은 정장차림을 갖춰입었다. 남자직원은 깔끔한 셔츠에 정장을 입었고 여성직원도 치마에 구두, 그리고 블라우스에 스튜어디스를 연상케 하는 단정한 올림머리로 손님들을 맞았다.
가구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과 진열에서도 대조를 이뤘다. 한샘플래그샵 여성직원은 상담테이블로 보이는 곳에 앉아만 있어 직접 다가와 설명해주진 않았다. 이케아 헤이홈에서는 가구에 대한 유래를 알려주며 고객과 동선을 함께하기도 했다.
또 한샘과 이케아 모두 '체험형'공간을 표방했지만 한샘 매장에서는 앉아보거나 만지는 사람들 보다는 대부분 눈으로만 보고 지나갔다. 이는 한샘이 내세운 '퍼니테인먼트(Funiture+Entertainment) 공간' 이라고 하기에는 고급화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평이다.
10월 결혼을 앞둔 한 신혼부부는 "직원이 먼저 다가와 설명해주지 않아 좀 불편하더라"며 "당장 가구를 사려는 건 아니었지만 새 집에 놓을 소파 좀 구경하려고 왔다. 그냥 편안하게 좀 구석구석 보고 싶었는데 왠지 눈치가 보여서 불편해서 그냥 나왔다"며 다른 층을 들르지 않고 문밖을 나섰다.
◆이케아의 독특한 '감성마케팅'…머무르는 시간에 달렸다
이케아는 헤이홈(Hej Home)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8월 22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올 연말 국내 상륙하게될 이케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마감시간이 다가오도록 사람들이 붐볐다.

특히, 이케아 헤이홈은 '감성마케팅'으로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장 입구 우측 벽면에는 '행복한 삶은 집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문구를 새겨넣고 이케아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방향, 기업의 가치관을 나타내며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다.
헤이홈은 이케아의 홈퍼니싱에 중점을 두고, 이케아가 한국에 접근하는 방법, 이케아가 추구하는 메인 타깃, 그리고 이케아의 기본 콘셉트를 확연히 보여주는 공간으로 광명에 오픈하는 첫 이케아 매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헤이홈에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두 개의 작은 방이 마련됐다. 패션블로거 제스의 방은 옷과 패션용품이 많고 방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방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었다. 또 하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의 방으로 피아노와 음반까지 전시돼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의 방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헤이홈은 밝은 색감의 디자인과 여러가지 문구로 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구 관 중앙에는 서재가 꾸며져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플레이룸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주부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주부 임모 씨는 "거실을 개방해 놓아서 직접 앉아보고 만져볼 수 있는 게 좋다"며 "소파에 계속 앉아 있다 보니까 왠지 편안한 것 같아 사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이케아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거실·침실·서재·부엌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룸셋팅 방식을 제시해 실제로 우리 방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매장 관계자는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은 집객과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이라며 체류시간이 길면 그만큼 제품에 대한 몰입도와 구매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가구 매장의 성공여부는 고객들의 머무르는 시간에 달렸다"며 "편안함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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