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도곡역 방화 초기 진화 다행…지하철 안전설비 '부실논란'
  • 윤미혜 기자
  • 입력: 2014.05.28 16:37 / 수정: 2014.05.29 10:22

28일 오전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방화가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하는소동이 벌어졌다. /도곡동=윤미혜 인턴기자
28일 오전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방화가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하는소동이 벌어졌다. /도곡동=윤미혜 인턴기자

[도곡동=윤미혜 인턴기자] "불안해서 지하철 타겠어요?"

3호선 도곡역을 지나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오전 10시 54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오금방면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서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객실 안에 있던 조모(71) 씨가 의자와 바닥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방화를 저질렀다. 다행히 역무원의 기지로 대형참사는 피했으나 스테인리스 의자·소화기 등 역내 안전설비에 대한 부실논란이 일고있다.

화재 진화에 사용된 소화기가 놓여 있다./임영무 기자
화재 진화에 사용된 소화기가 놓여 있다./임영무 기자

초기진화 성공했지만…시민들, "불안하다"28일 <더팩트>은 화재사고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을 찾았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맨 끝쪽 플랫폼에서 시작한 불길은 다행히 초기 진화에 성공해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고 발생 2시간 여가 지난 오후 1시께 3호선 도곡역 내 플랫폼 자리에는 그을음이 남아있어 화재당시 불길과 연기가 자욱했음을 짐작케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관계자는 "70대 남성이 지하철 전동차 내 바닥에 시너를 뿌렸고, 곧바로 역무원이 발견해 초기 진화에 성공했으며 큰 화재로 번질 뻔했으나 초기 대처를 잘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도곡역 관계자는 "열차 객실 내에서 불이 나 승객 전원을 대피시켰으며, 현재는 정상 운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행히 열차가 역내에 진입한 순간 화재가 발생해 370여명의 승객들이 재빨리 대피했으며, 역무원들이 6분 만에 초기 진화에 성공하면서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게 도곡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역무원이 없었다면 시민들이 했어야할 일. 시민들은 잇따른 사고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3호선 도곡역 앞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은 "(사고 당시)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곳에 소화기가 어디에 몇개나 있는지 아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며 "소화기가 작동되는지 여부도 의심된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기를 찾기보다 그냥 뛰어나갈 것 같다"며 불신을 표했다.

◆역내 소화기 등 안전설비 '미흡'논란

이번 화재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역내 안전 설비의 '총체적 부실'이었다. 지하철역 안과 밖 모두 화재 시 안전장치는 마련되어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기에 수월하지 않은 위치에 있거나 사용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금방면으로 향하던 지하철 3호선은 소화기 자리가 비어있고 의자는 여전히 화재에 취약한 천과 스펀지로 된 의자였다.
오금방면으로 향하던 지하철 3호선은 소화기 자리가 비어있고 의자는 여전히 화재에 취약한 천과 스펀지로 된 의자였다.

현재 시범 운영되고 있는 스테인레스 의자는 1200도가량의 고온에서만 불에 타기 때문에 천과 스펀지로 만들어진 의자에 비해 화재에 대한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도곡역 3호선 전동차 내 의자는 여전히 '천과 스펀지'로 된 의자였다. 지하철 객실 의자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도주했다고 알려진 범인은 이 점을 악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3호선 도곡역에 정차한 전동차 내부. 전동차 내에서 시민들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방법은 소화기와 비상벨뿐이다.
3호선 도곡역에 정차한 전동차 내부. 전동차 내에서 시민들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방법은 소화기와 비상벨뿐이다.

도곡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의자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며 "화재 시 우리 같은 시민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소화기밖에 없다. 호스사용법은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더팩트>이 화재 당시 초기 진화에 사용됐다는 소화기를 직접 빼내 작동 여부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호스를 빼는데 두세 명이 잡아당겨야 할 만큼 힘을 들여야 했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도곡역 화재 현장을 방문해 진화 과정에서 사용된 호스를 직접 사용해 보고 있다. 처음에 사용법이 어려워 물이 나오지 않자(위), 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입구를 열었고(중간) 물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자 정 후보는 안전 설비가 미흡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윤미혜 인턴기자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도곡역 화재 현장을 방문해 진화 과정에서 사용된 호스를 직접 사용해 보고 있다. 처음에 사용법이 어려워 물이 나오지 않자(위), 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입구를 열었고(중간) 물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자 정 후보는 "안전 설비가 미흡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윤미혜 인턴기자

이날 화재 사고 발생 2시간 여만인 오후 1시께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도 3호선 도곡역 지하철 화재현장을 방문했다. 정 의원은 마침 현장에서 마무리작업을 하던 직원들과 대면하며 안전 설비 재점검을 재차 당부했다.

정 후보는 벽면에 부착된 비상용 손전등에 대해서도 도난방지를 위해 설치된 투명 아크릴판 때문에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아크릴판을 없애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것을 누가 가져가겠나. 누가 가져간다면 다시 갖다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트로 관계자는 "잡아당기면 힘에 의해 호스가 쉽게 당겨나오게 하겠다. 위치도 한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바꾸겠다"고 해명했다.

역내 안전설비 가운데 호스와 휴대용 비상 조망등은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특히, 화재 시 아크릴판으로 막힌 조명등(오른쪽)은 위급한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역내 안전설비 가운데 호스와 휴대용 비상 조망등은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특히, 화재 시 아크릴판으로 막힌 조명등(오른쪽)은 위급한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역내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취재진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호스에서 물이 저렇게 안나오는 데 누가 저걸 사용하겠느냐"며 "괜히 불을 끄려고 설비만 믿었다가 빠져나가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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