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그룹의 행보가 심상찮다. 패션제국에서 레저제국으로,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있다. 경영 일선에 합류한 지 20년이 넘은 박 부회장이 그동안 오빠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지휘봉을 잡으면서 문화·스포츠·레저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여성리더로 우뚝 선 박 부회장의 경영능력과, 그룹 내 영향력, 패션센스 등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황진희 기자] 박성경(57)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오빠인 박성수(61) 이랜드그룹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일군 창립멤버다. 그러나 박 부회장의 주식자산을 살펴보면, 그룹 승계구도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박 부회장이 그룹 주식을 단 1주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립멤버이자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감안하면 박 부회장이 홀대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지분 구조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박 부회장이 지니고 있는 그룹 내 영향력은 단순히 ‘2인자’ 그 이상이다. 지난해 8월 이랜드파크 대표이사, 그해 11월 이랜드월드의 등기이사직을 내놓기는 했지만, ‘부회장’으로 여전히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박성수 회장이 지배하고 있고,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박 회장 40.59%, 부인 곽숙재씨 7.94%, 이랜드월드가 자사주 45.4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월드의 대표이사는 박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성경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고락을 함께한 박 회장의 동생으로 회사 지분은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박 부회장이 도맡고 있다. 박 회장은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고,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박 회장의 사생활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주식부자 사모님’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이 오른 곽 씨도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 일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대신 박 회장의 여동생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그룹 2인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외부행사도 박 부회장의 몫이다. 박 부회장은 프로축구단 창단에 구단주로 나섰고, 이랜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락(樂)사업’도 박 부회장이 직접 나서 챙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중국 내 주요 행사에도 귀빈의 위치로 초대받는 등 중국 사업과 M&A 분야에서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박 부회장이 여전히 패션·유통 레저 등 사업 전반에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파크의 등기이사직은 내놨지만 여전히 사내이사직(미등기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에서 연봉 5억 원이 넘는 액수를 받는 임원들의 보수를 공개됨에 따라, 부랴부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는 것.
하지만 이랜드 측은 공시를 통해 “책임경영 강화차원으로, 전문 경영인에게 힘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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