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도 영업' 시중은행, 외국인 선점 치열…中 위주 '불편'
  • 한동희 기자
  • 입력: 2014.04.10 14:49 / 수정: 2014.04.10 14:49

최근 시중은행들은 지역별로 외국인 특화 점포나 출장소를 꾸리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동희 인턴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은 지역별로 외국인 특화 점포나 출장소를 꾸리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동희 인턴기자

[한동희 인턴기자]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권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취업, 학업 등의 이유로 장기간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은행들은 외국인 밀집 지역을 분석해 특화 점포를 설치하고 외국인 고객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특화 점포, 각 은행별 특색 전략은?

하나은행은 지난 2012년 6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하나 168 적금'이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외국인 고객이 갑작스럽게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도해지를 해야 할 경우 특별우대금리를 제공해 이자와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외국인 특화 점포는 대림역 출장소이다. 보통 출장소는 시장 선점 효과는 있으나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차원에서 먼저 설치해 차후 규모 등을 보고 점급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곳의 주 고객은 중국인 자영업자들이다. 출장소 건물의 인테리어는 모두 중국식이고 ATM 코너와 창구가 있는 은행 내부 역시 중국어로 가득하다. 근무하고 있는 행원은 총 3명으로 2명은 중국인, 1명은 중국어를 전공한 한국인이다.

임준영 하나은행 대림역 출장소장은 "우리 출장소의 장점은 행원 3명이 모두 중국어와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지점들이 중국인 고객에 대한 응대를 미숙하게 하다 보니 인근 공단 근로자뿐 아니라 전국 각지 중국인들이 여기로 몰린다"며 "우리는 중국인들이 금융 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한국 생활을 하면서 은행 업무 외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역 출장소는 오후 4시부터 7시 30분까지 한국인의 출입 및 은행업무가 불가능하다.

하나은행 대림역 출장소의 인테리어는 중국식으로 꾸며져 있다.
하나은행 대림역 출장소의 인테리어는 중국식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은행 외국인 특화 점포는 혜화동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있다. 이 중 혜화동 지점은 일요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한다.

우리은행 혜화동 지점 관계자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혜화동 성당에서 필리핀어로 미사가 진행된다. 게다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혜화동 성당 정문부터 동성고등학교 정문에 이르는 100m 남짓한 거리에서 '필리핀 벼룩시장'이 열린다"며 "일요일에는 전국 각지의 필리핀인이 다 이쪽으로 온다.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서울출입국사무소 지점은 평일 오후 6시까지 업무를 진행한다. 서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사정상 출입국을 자주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지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출입국사무소는 외국인이 어려워하는 곳이기 때문에 타 외국인 특화 점포에 비해 금융 사고가 적다"면서 "우리는 여권만 있으면 통장을 만들어 준다. 보통 외국인이 한국으로 입국해 3~4주가 지나야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고 그때부터 신규 통장 개설 등 은행업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입국심사만 통과하면 통장을 비롯한 체크카드를 만들어 준다"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지점만의 장점을 밝혔다.

우리은행 서울출입국사무소 지점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찾는다.
우리은행 서울출입국사무소 지점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찾는다.

수도권 외국인 밀집지역에 위치한 신한은행 안산 단원구 원곡동 지점은 신한은행의 유일한 외국인 특화 점포다. 이곳은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방문한다.

중국인과 우즈베키스탄인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중국인 3명과 우즈베키스탄인 1명이 계약직으로 채용돼 송금 및 입출금 업무를 비롯한 통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 언어로 통역이 가능한 자동화 기기 10대를 은행 안에 설치했다.

신한은행 원곡동 지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충주나 당진 주변의 다른 지역에서도 은행 업무를 위해 많은 외국인이 찾아온다"며 "외국인들에게 은행의 기능만 제공하는 곳이 아닌, 동향 사람들을 만나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배려하고 있다"라고 이곳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에 대해 말했다. 신한은행 안산 원곡동 지점은 국내 신한은행 지점 중 송금·외환 부문에서 최상위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이하 KB)은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2012년 4월 'KB Welcome 통장'을 내놓았다. 이 통장을 이용하면 송금·환전 수수료를 50% 할인해주며, 'KB WISE 해외 송금'을 이용할시 5회째부터 송금 수수료가 면제된다.

KB의 대표적 외국인 특화 점포는 구로지점으로 외국인 고객의 90%가 중국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고객의 발이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근처에 중국계 은행인 '공상은행'이 들어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KB 홍보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자국 은행을 더 선호하지 않겠느냐"며 "중국인은 환율에 상당히 민감하다. 최근 환율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어 고국으로 송금하기를 꺼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장동 지점은 몽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고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인 고객의 발이 끊긴 KB국민은행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최근 중국인 고객의 발이 끊긴 KB국민은행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일반 은행에 비해 작은 규모와 중국인 위주의 전략, 타국 사람들은 '불편'

네 개 은행의 외국인 특화 점포 규모는 일반 은행에 비해 상당히 작다. 은행업무를 위한 창구도 2개뿐이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 급여를 받는 날이나 고국의 명절에 송금하려고 은행을 찾아오면 업무를 처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구로역 근처에서 만난 조선족 우모(34·중국)씨는 "지난해 중국의 명절이 다가와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려고 은행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줄을 서 있던 적이 있다"며 "일해야 하는 시간은 돌아오고 돈은 보내야 하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결국 돈을 제때에 보내지 못해 중국에 혼자 사는 아내에게 미안했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대부분의 외국인 특화 점포 주 고객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인을 우대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많았고, 중국어 외에 다른 나라의 언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림역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라흐마노브 자브론베크(27·우즈베키스탄)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다. 한국어는 아직 잘 모르고 중국어는 아예 할 줄 모른다. 은행 창구에 가서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은행 쪽에서 우리 같은 소수 외국인을 위해 많은 서비스를 개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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