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롤e걸] 여섯 명의 롤하는 레이싱 모델? 몸매만 좋은 게 아니에요
  • 황원영 기자
  • 입력: 2014.02.11 14:02 / 수정: 2014.02.11 14:25
온게임넷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 챌린지 레이디스에 참가한 팀 레이싱(Team Racing)은 6명의 레이싱 모델로 이뤄져 있다./ 용산=김슬기 인턴 기자
'온게임넷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 챌린지 레이디스'에 참가한 팀 레이싱(Team Racing)은 6명의 레이싱 모델로 이뤄져 있다./ 용산=김슬기 인턴 기자

AOS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의 열기가 뜨겁다. PC방 점유율 40%를 넘나들며 국내 온라인 게임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롤은 그 인기에 걸맞게 수많은 여성 팬들을 거느리며 '롤하는 여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e스포츠 경기장에도 롤 관람을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여성들이 속속 몰리고 있다. <더팩트>은 '롤과 e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자', 이른바 '롤 e걸'을 만나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용산=황원영 기자] 8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 인기 걸그룹 못지않은 여성 팀이 등장했다. 바로 ‘팀 레이싱(Team Racing)’이다. 팀 레이싱은 ‘온게임넷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 챌린지 레이디스(이하 롤 레이디스)’에 참가한 여성 팀으로 천보영, 김하음, 홍지연, 민시아, 오시은, 홍은빈 등 6명의 ‘쭉쭉 빵빵’한 레이싱 모델로 이뤄져 있다.

게임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외모에 눈을 빼앗긴 것도 잠시, 그들의 입에서 막힘 없이 줄줄 나오는 게임 용어에 정신을 차려보니 상대편의 전략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등 여느 프로팀 못지않은 팀 레이싱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게임 하는 여자를 무시하는 남자들과 당당하게 성(性) 대결을 벌이고 싶다는 그들은 게임 하는 ‘여자’가 게임 하는 ‘남자’보다 멋지다고 말하는 진정한 롤 e걸들이었다. 이날 <더팩트>은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얼굴, 몸매는 물론 게임을 즐기는 방식까지 완벽하게 멋진 그들을 만났다.

팀 레이싱의 정글러 김하음이 8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더팩트>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온게임넷 1대 리포터 민주희 뒤를 이어 리포터를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팀 레이싱'의 정글러 김하음이 8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더팩트>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온게임넷 1대 리포터 민주희 뒤를 이어 리포터를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팀 레이싱'은 어떤 팀인가?

팀 레이싱은 탑솔러 홍지연, 정글러 김하음, 미드라이너 민시아, 원거리딜러 천보영, 서포터 홍은빈 그리고 매니저 겸 코치 역할 오시은으로 이뤄져 있다.

-레이싱 모델로 활동하기도 바쁠 것 같다. 각자 롤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천보영: 지난해 지스타에서 넥슨관 MC를 맡았다. 넥슨관 MC를 하며 같은 AOS류인 도타 2를 하게 됐는데 롤이 도타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하게 됐다. 주변에 도타 2보다 롤하는 친구가 더 많은 편이라 함께 즐기기가 좋았다. 롤에서 AOS 장르를 배우고 도타 2도 다시 해 볼 생각이다.

김하음: 롤은 한국 서버가 오픈했을 때부터 했다. MMORPG만 하다가 AOS를 하려니 처음엔 어려웠다. 한동안 안 하다가 주변에 롤 하는 친구들이 많아져 다시 시작하게 됐다. 홍지연과 둘이 하다가 홍은빈도 합류했고 결국 민시아의 뜻에 따라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팀 레이싱의 탑솔러 홍지연은 형제 네명이 모두 모여 롤을 할 때가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팀 레이싱'의 탑솔러 홍지연은 "형제 네명이 모두 모여 롤을 할 때가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홍지연: 2012년 겨울부터 시작했다. 남동생, 여동생이 각각 1명씩 있다. 동생 둘이 롤을 하는 것을 봤는데 재미있어 보이더라. 그래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못해서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남동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 이후 친언니(홍은빈)도 끌어들였다. 결국, 남매 4명이 롤을 하는 셈이다.

민시아: 게임을 원래 좋아한다. 한때 스페셜포스를 정말 좋아했다. 중령부터 대령까지 다양하게 있었는데 아마 합치면 원스타가 넘었을 것이다. 아이온도 했었다. 이후 현재 남자 친구가 롤을 해보자고 해서 2년 전쯤 처음 시작했다. 1년 정도 될 때까지는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할 줄 아는 챔피언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미드라이너만 고집했다. 남자 친구의 2년간의 수고 덕분에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팀 레이싱의 매니저 겸 코치인 오시은. 그는 온게임넷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 챌린지 레이디스에 참석하기 위해 팀원을 모은 숨은 주역이다.
'팀 레이싱'의 매니저 겸 코치인 오시은. 그는 온게임넷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 챌린지 레이디스에 참석하기 위해 팀원을 모은 숨은 주역이다.

오시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비디오 게임류를 다양하게 섭렵했다. 주변에 롤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같이 시작하게 됐다. 사실 롤을 하는 레이싱 모델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저도 ‘레이싱 모델이 롤을 하겠어?’라고 생각했었다. 대회에 나가고 싶어 알아봤더니 꽤 많은 사람이 즐겨 하고 있었다.

홍은빈: 롤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했다. 홍지연을 비롯한 동생들이 PC방에서 즐기는 것을 보고 따라서 시작하게 됐다. 초반에 롤을 시작했을 때는 혼자 너무 힘들었다. 제가 게임 내에서 도움이 되질 못 하니 동생들도 함께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롤이란 게임이 재미있더라. 이후 천보영에게 연락이 와서 이렇게 대회에도 참석하게 됐다.

팀 레이싱의 서포터 홍은빈은 동생 홍지연과 함께 롤을 즐기고 있다. 그는 원래 컴퓨터 하드웨어 뿐 아니라 관련된 것들을 싫어했다면서 롤은 예외라고 말했다.
'팀 레이싱'의 서포터 홍은빈은 동생 홍지연과 함께 롤을 즐기고 있다. 그는 "원래 컴퓨터 하드웨어 뿐 아니라 관련된 것들을 싫어했다"면서 "롤은 예외"라고 말했다.

-'팀 레이싱'은 어떻게 모여 팀을 꾸리게 됐는가?

현 매니저인 오시은이 주체가 됐고 천보영이 주변에 롤 하는 지인을 모아 팀을 만들게 됐다. 직업 특성상 각자 스케줄이 있어 만나서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틈틈이 최대한 모이려고 했다. 약 한 달 정도 연습했는데 실제로 5명이 모두 모여 연습한 것은 3~4번 정도밖에 안 된다. 솔로랭크로 주로 연습했고 일주일 정도는 함께 연습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연습했다.

-출전 준비를 하며 힘들었던 점은?

여성 게이머는 주로 미드라이너나 서포터를 많이 한다. 잘해 봐야 원거리딜러다. ‘팀 레이싱’도 마찬가지였다. 탑과 정글 포지션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각자 즐겨 하던 챔피언이 있었고 또 선호하는 챔피언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자신이 꺼리는 챔피언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포지션과 챔피언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홍지연의 경우도 선호하는 챔피언이 있었지만, 팀 조합에서 쉬바나가 필요했기 때문에 3일을 연습해 꺼내 들 수 있었다. 김하음 역시 초기 미드라이너에서 현재 서포터를 주 포지션으로 하고 있었는데 팀에 정글러가 필요해 결국 정글러로 합류하게 됐다.

팀 레이싱의 미드라이너 민시아는 남자 친구에게 롤을 배워 현재 실력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팀 레이싱'의 미드라이너 민시아는 "남자 친구에게 롤을 배워 현재 실력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롤 레이디스'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상대편이 상대적으로 등급이 높았다. 그러나 팀 게임에서 개인 실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의 화합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자들끼리 게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게임을 할 경우 주로 남자친구나 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렇게 여자들끼리, 또 레이싱 모델이 모여서 게임을 할 수 있어 색달랐다.

-팀 레이싱의 '롤 레이디스' 참가와 관련한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현 롤챔스 해설위원을 맡은 ‘클템’ 이현우에게 코치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이현우는 “이벤트 경기에 무슨 코치가 필요하냐.”며 거절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편을 코치해주고 있더라. 우리끼리 섭섭해 한 적이 있다. 또 경기가 열리기 전날, 마지막으로 같이 모여 연습을 했는데 남자들로 이뤄진 팀을 이겨 기분이 좋았다. “여자들한테 지냐.”며 놀리기도 했다. 우리가 ‘롤 레이디스’에 출전하는 걸 알고 상대 팀이 팀 명을 계속 물어봤는데 알려주지 않았다.

팀 레이싱 원거리딜러 천보영은 온라인 게임 삼천온라인에서 랭킹 1위를 하는 등 어렸을 때 부터 게임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팀 레이싱' 원거리딜러 천보영은 온라인 게임 '삼천온라인'에서 랭킹 1위를 하는 등 어렸을 때 부터 게임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OGN 요정’과의 채팅창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몸매 비결, 다이어트 등에 대해 얘기를 하며 긴장을 풀 수 있어 재미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ONG 요정’과 따로 시간을 내 만나고 싶을 정도다.

이 외 사실 우리 팀에 롤챔스 리포터가 될 뻔한 사람이 있다. 김하음 같은 경우는 레이싱 모델 중에서도 롤을 굉장히 일찍부터 한 케이스다. 그래서 온게임넷 1대 리포터인 민주희가 나간 후 리포터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따로 하는 일이 있어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로선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레이싱 모델이란 직업과 게임이라는 취미, 맞는 것 같나?

게임이 가장 스트레스 풀기 좋은 취미인 것 같다. 항상 많은 사람이 있는 데서 일을 하다 보니 취미만큼은 조용한 곳에서 혼자 즐기고 싶다. 게임이라는 취미의 특성상 집이나 PC방 등 개인적인 곳에서 즐길 수 있다. 또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하고 싶을 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취미로서 제격인 것 같다.

팀 레이싱은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 중 하나라며 여자들 중에서도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팀 레이싱'은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 중 하나"라며 "여자들 중에서도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게임 또는 롤하는 여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들어 롤을 직접 하는 여자도 많고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여자도 많아졌다. 게임이 꼭 성별을 따지는 취미 활동은 아니지만, 여자들은 게임 못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여자들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잘하는 사람도 많다. 좋아하기만 하면 성별을 따질 필요가 있겠나.

천보영은 중학교 때부터 삼천온라인이라는 게임을 했다. 그때 랭킹 1위까지 했었는데 여자라는 것을 안 이후부터는 랭킹 1위임에도 무시하는 발언을 많이 들었다. 심지어 몇몇은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하니 여자랑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롤 레이디스에서 예선 탈락은 했지만 다른 팀의 실력을 보니 정말 남자 못지않게 잘하더라. 앞으로 여자를 대상으로 한 리그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자 게이머도 많으므로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게임 하는 여자 중엔 “나 게임 좋아한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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