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송형근 인턴기자] 설 귀성·경길에도 현금을 들고 다녀야만 할까? 귀성차량이 몰리는 톨게이트의 통행료를 하이패스 외에는 현금만 받는 곳이 대다수다. 현금 대신 일반카드 사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하이패스 기능이 없는 일반카드로 결제가 안 돼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운전자 김 모(29)씨는 가족들과 지난 주말 경기도 양주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는 길에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양주에 가기 위해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통행료 결제를 하이패스나 현금으로밖에 결제가 안 됐기 때문이다. 하이패스 전용 카드나 장비, 하이패스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가 없는 김 씨에게 톨게이트의 직원은 현금이 없으면 차를 세우고 영업소에서 결제하든가 일주일 내 계좌로 내야 한다며 닦달했다. 평소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김 씨는 불편을 감수하고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영업소에 가서 결제하고 나왔다.
다른 운전자 성 모(44)씨는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성 씨가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벌초 때문에 고향을 다녀오다 서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일반카드밖에 없어 앞서 김 씨처럼 통행료 결제를 못하는 상황이 왔다. 이 때 톨케이트 직원은 일반카드 결제는 영업소까지 가야하니 번거로우니 계좌로 통행료를 내라며 다짜고짜 용지를 내밀었다. 성 씨는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며 영업소로 가서 결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이 안내를 해주지 않아 결국 성 씨는 계좌로 통행료를 납부했다. 문제는 납부 전까지 고속도로에서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빨리 납부하라며 독촉을 해와 상당히 불쾌했다는 것이다.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현금 결제에 대해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톨게이트를 이용할 때 현금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올린 글에는 현금과 하이패스 카드, 장비가 없다고 하자 톨게이트 직원이 귀찮은 듯 그냥 통과 시켜줬다는 글도 있다.

전국의 유료 고속도로 18곳 가운데 일반카드 결제를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신공항하이웨이(주)가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단 한 곳뿐이다. 나머지 구간에서는 하이패스 기능이 없는 일반카드로 통행료를 결제하려면 고속도로 한 편에 차를 주차하고 영업소 가야만 한다. 심지어 서울-춘천고속도로의 미시령 구간 등 일부 톨게이트는 일반카드 결제 수단이 전혀 없다.
유료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특히 먼 거리를 이용할수록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용객이 많은 서울-부산 구간의 경우 1종 경차를 기준으로 18800원의 통행료가 부과된다. 즉, 이 구간을 왕복할 경우 3만7600원의 현금을 들고 있지 않으면 카드결제를 위해 영업소에 들르거나 하이패스 카드나 기계를 갖춰야 하는 셈. 혹은 일반 신용카드 가운데 하이패스 기능이 추가된 카드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가 일부러 수익을 내기 위해 일반카드 사용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약 3~20만원에 달하는 하이패스 기계 및 15종의 하이패스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이를 통해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영업소를 통해 일반카드 결제를 하든 하이패스 카드를 사용하든 도로공사가 카드사에다 수수료 명목으로 통행료의 1~1.5%를 지급한다"며 하이패스 카드 사용이 늘수록 오히려 통행료 수입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패스 기계 판매로 얻는 이익도 제조사가 얻는 것이지 도로공사가 얻는 건 미미하다. 비싼 하이패스 기계 탓에 이용객이 적을까 봐 보급형으로 저가 장비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이용객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료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불편 가중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2008년부터 전국 지자체들과 협의를 거쳐 전국 호환 교통카드를 만들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 고속도로 통행료, 열차표 구매가 가능한 카드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 게 주목적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시에서 처음으로 전국 호환 교통카드인 '캐시비'가 개통됐으며 오는 2014년 상반기까지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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