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세희 기자] 요즘 카드사 고객들은 말 그대로 '눈 뜨고 코 베였다'는 말을 실감한다. 내 통장, 내 카드를 위해 믿고 맡겼던 카드사에서 내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하루아침에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누군가가 내 정보를 고스란히 알고 있다는 찝찝한(?) 기분을 맛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걱정이 되는 것은 2차 피해이다. 카드사를 비난한다고 2차 피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카드 회원 중에는 이번 정보 유출로 스팸 문자와 스팸 전화가 늘었다는 피해담이 나오고 있다.
스팸 전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롭게 개시한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해 보자. 인터넷으로 간단한 등록절차를 마치면 '두낫콜'이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로 스팸 전화에서 해방될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아직까지 이 서비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두낫콜 서비스는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www.donotcall.go.kr)' 웹사이트 접속한 뒤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수신거부를 할 휴대폰과 집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시스템에 등록된 4500여 곳의 전화권유판매사업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전화권유판매사업자는 등록시스템에 월 1차례 이상 접속해 자신이 가진 판매대상 소비자 명부를 업로드 해야 한다. 이 중 두낫콜에 등록하지 않은 명부에만 전화로 권유판매를 할 수 있다. 만일 두낫콜 서비스에 등록했는데도 스팸 전화가 오면 고객들은 사업자에게 해명을 요구하거나 등록시스템 웹사이트에 신고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있는 스팸차단기능은 원치 않는 개별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것이지만, 두낫콜 서비스에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모든 전화권유판매업자의 전화를 차단할 수 있다.

또 이 서비스에 등록하면 매일 쉴 새 없이 걸려오는 보험 권유 전화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가입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가입시기, 가입보험사, 보험종류, 사고내용 등 보험에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들을 보험사로부터 넘겨받아 보관한다. 이 정보들 중 차보험에 대해서는 보험개발원이 할인과 할증을 위해 손해보험사들에 가입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차보험 가입자들은 본인의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
두낫콜 서비스를 신청하면 보험개발원이 보험사들에 제공하는 차보험 관련된 내 정보도 외부에서 조회할 때 블라인드 처리된다. 때문에 원치않는 보험 권유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두낫콜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해서 모든 스팸 전화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두낫콜 서비스는 등록시스템에 등록한 국내 업자들에 한하기 때문이다. 스팸 전화가 해외에서 걸려오거나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라면 안심할 수 없지만, 최소한 국내에서 걸려오는 스팸 전화에 대해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두낫콜 서비스뿐만 아니라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정상 이메일로 판단되거나 발신처가 의심스러운 메일은 열람하지 말고 삭제하는 것이 좋다. 이메일 카드 명세서도 확인 즉시 삭제해야 한다. 또한 카드발급 시 개인정보 수집을 원하지 않는다면 제휴업체의 마케팅수단 활용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내 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약 1억여건에 달하는 고객들의 정보가 새어나갔다. 금융당국은 2차 피해는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단서는 여전히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내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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