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재근 기자] "따뜻한 카페모카 한 잔 나왔습니다."
"따뜻한 카페모카 한 잔 시키신 분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안모(27)씨는 지금도 일을 했을 당시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매장에 진동벨이 없어 고객들이 붐비는 시간에 주문한 음료가 나올 경우 평소보다 2~3배 더 큰 소리로 두세 번은 외쳐야 손님들이 음료를 가지러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커피전문점 업계 1위 스타벅스는 지난 1999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커피빈',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경쟁 업체들이 대부분 주문과정의 간소화와 고객 편의를 위해 진동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직원들이 주문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벅스 신촌점, 광화문점, 여의도점 등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에는 늘 직원들이 주문한 음료의 이름과 고객영수증에 찍힌 주문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의 이 같은 정책이 소음을 유발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 시청점을 찾은 한 고객은 "주위에 회사가 많아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매장 직원들이 주문번호를 외치는 소리가 겹칠 때면 마치 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차별화 정책은 또 다른 마케팅 방식을 낳았다. 최근 스타벅스는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는 자사 문화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고객이 본인 이름이나 닉네임을 등록하면 전국 모든 매장에서 음료 주문 시 등록된 닉네임을 호명하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를 시행한 것이다.
일부 포털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스타벅스 콜 마이네임 후기'를 담은 게시물이 잇따라 게재돼는 등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가 진동벨이 아닌 '직원들의 목소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감성을 고수하는 미국 본사의 경영방침이 그 첫 번째다.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는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진동벨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영수증에 고객이 직접 자신의 이름이나 닉네임을 적어 바리스타와 고객이 소통하는 문화가 보편화돼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고객들의 이름을 묻고 답하는 소통의 문화가 있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직원들이) 주문번호와 음료명을 부르는 데 그쳤다"면서 "하지만 올해부터 '콜 마이네임'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닉네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은 물론 아날로그 감성을 공유,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에 진동벨이 없다면 커피빈에는 '콘센트'가 없다. 커피숍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대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과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커피숍에서 휴대전화, 노트북, 테블릿 PC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전자기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는 필수다.
스타벅스는 두 테이블 당 1개씩 콘센트를 구비해 고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고, 카페베네, 파스쿠찌, 탐앤탐스, 할리스커피는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들에서도 콘센트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커피빈 만큼은 예외다.

커피빈 매장에 콘센트가 없는 이유와 관련해 커피빈 측은 "고객의 안전상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커피빈에 처음부터 콘센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국내 첫 진출 당시, 일부 매장에 콘센트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2002년 어린아이가 콘센트에 포크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 콘센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커피빈 측은 "콘센트 제공을 원하는 요청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내부 방침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커피빈의 정책과 관련해 고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커피빈 매장을 찾은 석모(26)씨는 "일부 커피숍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에 덮개를 마련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기엔 명분이 부족한 것 같다. 오히려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해 회전율을 높이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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