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판교=송형근 인턴기자] 완공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재개발 사업이 지연돼 단 한 명의 입주자도 없이 방치된 판교 백현마을 3단지. 더는 이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없는 사업시행자 LH는 이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일반공급하기로 했지만 이 소식에 입주만을 몇 년이고 기다려온 성남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10일 오후 판교신도시를 찾았다. 최근 3년 사이 우후죽순 들어선 인근에는 아파트 숲이 펼쳐졌다.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에선 주말을 맞아 많은 주민이 오갔지만 길 하나를 건너자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백현마을 3단지가 보였다.
아파트 단지는 입구부터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통행을 금지했다. 전체 20동에 1722세대가 입주 가능한 대단지는 길이만 200m가 넘었지만 버려진 단지 내부에는 경비원 몇 명만 오갈 뿐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백현마을 3단지는 지난 2008년 11월 성남 2단계 재개발 3개 구역 54만5863㎡의 사업시행자로 LH가 선정돼 지어진 아파트다. 재개발 예정인 성남시 신흥동, 중앙동, 금광동 주민들의 순환 이주용 주택으로 지난 2009년 11월 완공됐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해당 구역에 대한 재개발 사업자 선정이 유찰되면서 4년 넘게 빈집으로 방치됐다. LH는 이를 활용하고자 지난해 12월 27일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백현마을 3단지를 일반인 대상 국민임대주택으로 전환했다.
인근의 주민들과 상점주들은 일반인 대상 임대주택 공급 소식에 반발했다. 백현마을 3단지 길 건너의 한 슈퍼주인은 "기존의 재개발 안대로 성남 주민들이 입주하면 단기간에 단지도 가득 차고 상권도 살아날 거다. 하지만 임대주택으로 할 경우 언제 입주민들이 단지에 올지 모른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9년, 백현마을 일대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입주 소식에 상가구역이 정비되고 5층 규모의 복합상가 건물이 줄지어 들어섰다. 하지만 4년 넘게 아파트가 방치되자 인근의 길목마다 들어선 상가건물에는 '임대' 문의가 빠지지 않고 붙어있다. 실제 상가건물의 1층에도 대다수가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며 전체 상가 가운데 50% 이상이 비어 있는 상태다.

특히 재개발 사업에 따라 이주주택을 공급받게 됐어야 할 신흥동과 금광동, 중앙동의 주민들이 LH의 발표에 분노하고 있다. 백현마을로의 입주 가구로 선정된 세입자들과 피해보상요구 백현상가대책위원회, 성남주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LH 정자동 사옥 정문 앞과 성남시 곳곳에 'LH 만행 규탄 장례식'과 'LH 퇴출'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LH는 백현마을 3단지 일반공급 계획을 철회하고 당장 재개발구역에 대한 주민 선입주를 시행해야 한다. LH는 지난 4년 동안 고통받아온 주민과 상인들에 대한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LH가 임대주택으로의 분양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10만인 서명운동과 대규모 집회를 열어 규탄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LH는 수익성을 이유로 더는 아파트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백현마을 건설 당시엔 호황이었으나 이젠 침체돼 재개발 사업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개발은 더는 추진할 수 없어 버려진 아파트단지를 일반공급하기로 했다. 재개발 사업이 늦어지면서 백현마을 이주단지 유지관리비로 150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일부 주민들의 반발을 알고 있지만,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성남시는 LH의 요구대로 백현마을 3단지의 일반공급 전환을 승인하고 재개발 이주단지는 위례신도시 내에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이주사업은 계속될 예정이지만 시일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구체적인 사업자 선정 계획이나 준공일자 등 구체적 사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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