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환 인턴기자] 국내 의류 브랜드 폴햄과 엠폴햄이 고가 해외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의 디자인과 로고를 그대로 베껴 '짝퉁'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패딩 속 거위솜털 함량 역시 원조인 캐나다구스와 같을까? <더팩트>이 확인한 결과, 폴햄이 출시한 구스다운 제품의 거위 솜털 함량은 캐나다구스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었으며 엠폴햄은 오리털을 사용하고도 '구스다운'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3일 오후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를 들러 취재한 결과, 폴햄과 엠폴햄이 판매하고 있는 구스다운 제품은 '구스다운'이라고 하기에는 거위 솜털 함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구스다운은 거위 솜털과 깃털이 들어간 의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거위 솜털이 80%를 차지하고 깃털은 20%를 차지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E사 관계자는 "구스다운은 거위 솜털과 거위 깃털이 들어간 제품이다. 거위 솜털과 깃털이 8:2 이상 되는 것을 구스다운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거위 솜털은 거위의 가슴 털을 의미하는데, 거위 솜털이 많이 들어갈수록 공기층을 형성해 보온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엠나다구스'로 유명한 엠폴햄은 거위 털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구스다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엠폴햄을 방문해 구스다운 제품을 보여달라고 직원에게 문의하자 몇몇 품목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ET4D023' 제품의 구성 성분을 확인해 본 결과, 거위 털이 아닌 오리 솜털 80%였다. 다른 제품들도 거위 털이 아닌 오리 솜털 함량이 높았다. 매장 직원에게 "왜 오리 솜털이 들어 있는 제품을 구스다운으로 판매하고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머뭇거리며 자리를 피했다.
이에 대해 엠폴햄 관계자는 단순 판매 직원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엠폴햄 관계자는 "판매 직원이 단어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이러한 일이 없도록 전 매장에 공지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폴햄의 경우 구스다운 제품의 거위 솜털 함량이 다른 브랜드보다 현저히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폴햄 매장을 찾아 구스다운 제품을 살펴봤다. 폴햄이 파는 구스다운은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이 저렴했으나 거위 솜털대 깃털의 함량은 60:40의 비율밖에 되지 않았다. 구스다운의 기준인 80:20에서 한참 모자란 수치다.
거위 솜털이 적지 않냐는 질문에 폴햄 직원은 "이 정도 비율도 괜찮다. 거위 깃털도 따뜻하기 때문에 추위를 잘 막아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햄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른 구스다운 제품 역시 솜털, 깃털의 함량이 60:40 으로 똑같았다.
이와 반대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품 캐나다구스 구스다운 제품은 100% 거위 솜털이었다. 캐나다구스 'D'alpago bomber 7963m' 제품의 경우 캐나다산 거위 솜털이 100%였다. 원조 구스다운인 캐나다구스와 폴햄은 거위 솜털 함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구스다운의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업체의 '구스다운'이라는 홍보 문구만 믿고 잘못된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황모 씨는 "구스다운은 거위 털이 들어간 제품을 말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 직원이 구스다운이라고 하면 그게 구스다운인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배모 씨도 "구스다운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구스다운의 기준에 맞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속아서 산 기분이 들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정형남 팀장은 "업체들과 판매 직원들이 소비자가 알기 쉽게 제품에 들어있는 함량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조건 구스다운이라고 해서 소비자가 맹목적으로 구매해서는 안 된다.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에 대해서 자세히 확인한 다음 최소한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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