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대학가 원룸 임대…'불패신화' 사그라드나
  • 송형근 기자
  • 입력: 2013.12.01 11:21 / 수정: 2013.12.01 14:21

대학가 원룸촌의 길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빈 방 전단지. 듬성등성 붙어있는 홍보 전단이 원룸촌의 불경기를 실감하게 했다. /송형근 인턴기자
대학가 원룸촌의 길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빈 방 전단지. 듬성등성 붙어있는 홍보 전단이 원룸촌의 불경기를 실감하게 했다. /송형근 인턴기자

[더팩트 l 송형근 인턴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던 대학가의 원룸촌들도 이젠 그 기세가 한 풀 꺾인 모양세다. 지난 7일 2014년도 수능이 끝나고 일부 대학 입학 합격자들이 방을 구해 빈 방을 찾기 힘들어야할 대학가 원룸촌에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대문구 창천동을 찾았다. 이곳의 인근에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그리고 홍익대 등이 약 10분거리에 있어 대학생 원룸촌이 형성된 곳이다. 약 1000개의 원룸 및 하숙집이 밀집돼어 말그대로 대표적인 원룸촌이다.

대표적인 원룸촌 답게 길거리 곳곳에는 원룸을 홍보하는 전단으로 도배된 전봇대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골목마다 있는 부동산에는 원룸과 전세가격이 적혀진 홍보 전단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비수기라는 학기 중에도 이곳은 방을 구하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10명 이상이 방을 보러온다"라며 여전히 창천동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실률이 2011년부터 많이 높아졌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인근 부동산에 수소문해본 결과 창천동의 공실률은 약 20%.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가 문을 연 2011년 이후 송도로 빠져나간 학생 600명과 수강생들이 늘어나며 이곳 창천동 일대 원룸촌이 직격타를 맞은 셈이다.

대표적인 원룸촌으로 꼽히는 서대문구 창천동 역시 올해 초부터 원룸의 공실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원룸촌으로 꼽히는 서대문구 창천동 역시 올해 초부터 원룸의 공실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수능이 끝나고 수시 합격한 일부 학생들도 있어 활기를 띄어야할 원룸 거래도 뚝 끊킨 상황이었다. 8~12㎡의 풀옵션(세탁기, 가스, 인터넷,개인 화장실) 원룸이 일반적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비싼 가격에 선뜻 거래를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원룸은 가격을 내리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실이 늘어나자 월세를 약 3~5만원 낮추고, 2만원 가량의 관리비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생겼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시작해도 거래가 될 지는 미지수다. 근본적으로 원룸이 너무 많기 때문에 거래가 줄었다"라고 말했다.

사정은 중앙대가 위치한 흑석동도 마찬가지 였다. 이곳도 하숙과 원룸에서 빈 방을 찾는 건 쉬웠다. 아직 학기가 진행 중인 비수기라고 하지만 공실률은 이곳도 20% 이상이 될 정도로 높았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전경. 이곳은 중앙대와 인근에 숭실대가 있어 과거 원룸의 빈 방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젠 공실률이 20%에 달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전경. 이곳은 중앙대와 인근에 숭실대가 있어 과거 원룸의 빈 방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젠 공실률이 20%에 달하고 있다.

지은지 3년 미만의 신축된 원룸을 중심으로는 빈방을 찾기 어려웠지만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원룸의 경우 대다수의 약 30% 정도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흑석동 부동산 관계자는 "흑석동은 재개발에 묶여 상대적으로 건물이 노후화되고 인근 상도동에는 신축 원룸이 대거 들어서 이쪽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흑석동 원룸의 공실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앙대학교가 지방 학생들을 위해 200명이상이 수용가능한 기숙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10년 1000명이상의 학생이 살 수 있는 기숙사가 완공돼 흑석동 인근 원룸촌이 한 차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그나마 동대문구 회기동과 이문동은 사정이 나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 서울시립대와 인근 고려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까지 몰린 이곳의 원룸 임대 현황은 아직까지 불황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시 내 대학가 원룸보다 비교적 저렴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이하의 방들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더불어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이 근방 원룸촌으로 신혼 부부들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주말 오후 이곳 부동산을 찾는 이의 상당수는 신혼부부들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회기동과 이문동 일대는 서울시 내에서 40㎡이하의 전세 가운데 7000만원대로 구할 수 있는 방이 상당수 있어 신혼부부들이 많이 유입됐다"라고 설명했다.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대학가 원룸 임대업은 앞으로 휘청일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있다.업계 관계자는 "2014년도 수능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난다면 신입생들이 원룸으로 유입돼 공실이 줄겠지만 최근 3년새 임대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원룸 임대업계 전반적으로 침체가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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