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근 기자] 지난 2009년 한강변 초고층 개발의 호재를 기대하며 서울시 성수동에 들어선 고급아파트 '대명루첸'이 시공사와 세입자 간의 갈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명루첸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최근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최근 일 년 새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도난사건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대명루첸은 지난 2009년 4월 대명종합건설이 준공한 전용면적 85~117㎡, 지하1층 지상13층 3개동(114세대)으로 구성된 고급아파트다.
유럽의 유명 부티크 호텔의 디자인을 본떠 만든 건물 외관과 핸드메이드 명품 수준의 인테리어 소품을 적용, 성수동 일대의 유일무이한 고급아파트를 표방한 성수동 대명루첸에 수년 전부터 도난사건이 속출한 데는 아파트 단지의 허술한 보안·관리 때문이라는 게 세입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세입자는 "올해 들어 크고 작은 도난사건이 다섯 건 이상 발생했다. 아파트 입구에 경비실이 있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시공사인 대명종합건설 측에 수차례 보안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다 내는데 서너 명의 직원이 아파트 관리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1층에 거주하는 일부 세입자들이 방충망 설치를 요구했지만, 시공사 측이 구조변경 불허를 내세우며 이마저도 거부했고, 오랜 설득 끝에 전세계약 끝나 이사를 나갈 때 설치 상태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자비를 들여 방충망을 설치했다.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수동 대명루첸 단지의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단 1명,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원은 단 2명이었다. 단지 청소를 맡은 직원 2명을 포함하면 5명의 직원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관리하는 셈이다.
수백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 비해 아파트 단지 규모가 작다고는 하지만 전셋값만 4억원이 훌쩍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인근 지역의 아파트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명품 아파트'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성수동 대명루첸이 소형빌라만도 못한 관리체계로 운영된 데는 건설사의 분양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백억원의 투자비를 들였지만, 미분양으로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약 당시만 하더라도 성수동 대명루첸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상당했다. 뚝섬유원지와 서울숲 등 녹지공간이 인근에 있는 것은 물론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2·5년 전, 서울시가 성수동 일대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인근에 최고 50층에 달하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성수동 대명루첸은 지역 호재를 기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지난 2009년 4월 대명종합건설은 성수동 대명루첸 87가구에 대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청약접수를 진행했지만, 신청자는 9명에 불과했다. 인근 고급아파트와 비교해도 훨씬 비싸게 책정된 분양가격이 원인이었다.
성수동 대명루첸의 애초 분양가는 3.3㎡당 85㎡ A타입이(12가구) 9억, B타입(61가구) 11억원, 대형인 117㎡는 14억원으로 평균 2536만~3207만원 같은 시기 서울숲 힐스테이트 117㎡의 3.3㎡당 분양가가 2048만원인 것과 비교해도 훨씬 비싼 가격이다.
미분양 물건을 떠안은 대명종합건설 측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지금까지 일반에게 분양된 가구는 30여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80여 가구는 아직도 시공사인 대명종합건설이 관리하고 있으며, 개인분양자가 세를 놓은 가구를 포함해 전세가구 90세대를 제외한 24가구는 아직도 공실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미분양 상태가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미분양의 여파로 건설사 측이 직접 관리하는 아파트의 경우 건설사 부도 등 돌발상황으로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 전세수요자들이 입주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수동 대명루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며 그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미분양으로 발생한 손실로 발생하는 하루 이자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태에서 세입자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명종합건설 측 역시 "애초 조합에서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납된 공사대금을 잔여 세대와 맞바꾸게 되면서 전세물건을 (대명종합건설에서) 관리하게 됐다"며 "도난 문제와 관련한 민원에 대해서는 도시가스 배관 정비, 외부 계단 통로 차단 등의 조치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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