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김포=송형근 인턴기자] 수년간 표류하던 김포 경전철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김포시와 협약을 맺고 1조6553억원 규모의 경전철 사업 가운데 1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것. 하지만 정작 김포 시민들은 경전철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9일 찾은 김포 한강신도시는 2003년 LH가 개발 사업 시행자로 선정돼 본격 개발한 곳이다. 김포시 장기동, 운양동, 구래동, 마산동 일대 1086만㎡ 규모에 5만5000세대의 아파트 주거단지가 형성돼 2만 5000세대가 입주한 주거 단지로 김포 경전철 사업의 마지막 종착역인 장기역과 운양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포 경전철 사업은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23.61km에 걸쳐 김포 한강신도시까지 연결되며 모두 9개의 역사가 지어질 예정이다. 하루 예상 이용객은 9만1000명(2021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이번 사업 대금의 80%가량인 1조2000억원을 LH가 지원하고 있다.

김포 경전철 사업은 내년 1월 착공을 앞두고 있어 아직 아무 공정도 진행이 안 된 상태지만, 김포 한강신도시 인근 장기역이 들어설 부지는 상가건물 신축공사로 분주했다.
김포시와 LH의 '청사진'과 달리 경전철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주민은 "10년 전부터 경전철을 만든다고 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첫 삽을 뜨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노선이 새로 들어설 경우 해당 지역 부동산은 계획단계 때부터 들썩이지만, 이곳의 경우 부동산 분위기도 차분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신축아파트의 가격이 지난 3개월간 3.3㎡당 1000만원대로 전혀 변동이 없었다.
김포 경전철의 역사가 세워질 사우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 주민들도 경전철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3개월간 아파트 가격도 3.3㎡당 730만원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2003년부터 LH와 김포시가 경전철 논의를 하다 매번 무산됐다"라며 "올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팽배해 부동산도 전혀 변동 없다"라고 말했다. 사업진행의 갈피를 잡지 못한 김포시와 LH의 태도 역시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게 하였다는 것이다.

최초 2003년 김포 한강신도시 개발 계획이 수립됐을 때 김포시와 LH는 함께 철도 추진사업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중전철과 민자 사업을 요구하는 김포시와 경전철과 공공사업으로 진행하자는 LH가 대립해 김포 교통철도 사업이 표류했다.
경전철 설치가 불필요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어차피 20분이면 서울까지 갈 수 있는데 구지 경전철을 뚫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사우동은 김포시청과 의회 등 행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 김포의 중심지다. 이곳에는 철도가 다니지 않지만, 서울과 일산, 인천 등으로 통하는 버스 노선이 20개 이상 다니고 있어 근처의 도시까지 20~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경전철이 뚫려도 김포공항역까지는 20분 가량이 소요돼 사실상 시간 단축은 없었다.
일부 김포 시민들은 LH가 경전철 사업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킬 가능성도 제기했다. LH가 교통망 사업을 진행 도중 계획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적이 있다는 이유였다. LH는 지난달 경기도 화성의 동탄 신도시 교통망의 핵심인 광교와 오산을 잇는 22.6km의 트램을 무산시키고 동탄과 삼성역 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설치를 사업성이 떨어진단 이유로 무기한 연기시킨 바 있다.
LH는 김포 경전철 사업은 확정적이라는 반응이다. LH 관계자는 "동탄 신도시 광역교통 사업은 인덕원과 수원을 잇는 복선전철과 겹쳐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김포시에는 구간이 겹치는 지하철 노선이 없어 사업 자체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라며 "김포 경전철 사업은 이미 차량 관련 계약도 했고 턴키발주도 이뤄졌다. 다음 달이면 공사 업체를 선정도 들어가 본격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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