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지스타] '후끈' 달아오른 게임축제, 올해도 '걸스타' 오명 못벗나
  • 김연정 기자
  • 입력: 2013.11.15 11:35 / 수정: 2013.11.15 11:36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는 매해 부스걸 선정성 논란에 시달려 2009년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13에서도 역시 선정성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김연정 기자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는 매해 부스걸 선정성 논란에 시달려 2009년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13'에서도 역시 선정성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김연정 기자

[ 부산=김연정 기자] "각종 모터쇼에 섹시한 자태의 레이싱걸이 포진해 있는 이유는 남자에게 이 차를 구입하면 레이싱걸과 함께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모터쇼를 자주 가는 한 지인이 슬쩍 건넨 이야기다. 저속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운 여인과 오픈카를 타고 바닷길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남자들의 오랜 로망이 담긴 말이었다. 유명 인사가 한 말도, 고전 속에 등장하는 말도 또 역사를 뒤흔든 말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1년 중 상반기에 '모터쇼'가 있다면 하반기에는 '게임축제' 지스타가 있다. 모터쇼와 지스타는 다루는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여자'로 인해 다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게임에서 내가 선택한 '요정'을 닮은 여성 캐릭터가 현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 게임을 즐기는 남성이라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가는 생각일 지라도 한 번쯤 해봄직하다.

15일 부산 벡스코는 국제게임쇼 '지스타 2013(이하 지스타)' 행사에 한창이다. 1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열리는 지스타는 지난해(2111부스)보다 확대된 2261부스로 진행돼 전년보다 7.1% 성장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지스타 사무국은 '역대 최대 규모'를 언급하며 지스타의 성공을 염원하는 중이다.

B2B(기업대기업)관은 늘었지만 일반 관람객을 맞는 B2C(기업대고객)관은 작년보다 다소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참가업체들은 관람객을 맞이하는 부스걸과 게임 코스튬 플레이어를 곳곳에 배치에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지스타는 이런 '걸'들 때문에 매년 개최 때마다 '선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이른바 지스타의 G가 '게임'이 아닌 '걸'을 뜻한다 해서 '걸스타'라는 오명도 얻었다.

'걸스타'의 오명을 벗기 위해 사무국은 2009년 부스걸의 복장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의 내용은 '비키니 및 속옷 형태 의상을 입을 수 없고 하의는 반드시 골반 위로 입어야 한다. 또한 상의 뒷부분의 파임 정도는 상체 전체의 2/3를 넘어설 수 없다'와 같다. 사무국은 3회 이상 규정을 위반할 시 해당 부스의 전원을 차단하는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규정을 만든 같은 해 2009년, 지스타에 입장한 한 관람객이 O사의 모델 2명의 의상을 본 후 선정적이라며 지적했다. O사는 자체적으로 해당 모델을 '퇴장'시키고 해당 이벤트 일정을 취소하며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사무국이 발표한 규정의 대상이 누구냐는 점이다. 해당 업체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부스걸'이 규정의 대상이지 사실 게임 코스튬 플레이어는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된 별도의 '이벤트'의 일환일 뿐이라는 것이다.

올해 지스타 역시 속살을 드러낸 코스튬 플레이어가 행사장 곳곳에 자리했다. 그 앞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진을 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부스걸의 복장은 규제 덕분(?)인지 몰라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교묘하게 옷의 허리와 가슴 부분을 절개해 해당 부위를 돋보이게 하거나 가슴을 부각하는 의상을 입은 부스걸들이 숨어 있었다. 이런 '걸'들의 모습에 관람객들은 그야말로 '후끈' 달아올랐다.

사실상 규제 대상이 아닌 코스튬 플레이어. 게임에도 등급이 있기 때문에 몇몇 게임 캐릭터 표현을 위해서는 '노출'이란 꼬리표를 떼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게임 코스프레를 보고 '논란'이라 하고 업계에서는 '게임의 꽃'이라 말한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걸까. 사무국은 2009년부터 연령에 따라 입장 팔찌의 색깔을 달리 해 게임등급별로 관람에 제한을 뒀다. 올해도 전연령, 12세, 15세, 18세로 나누어 팔찌를 제공했다.

지난 6일 여성가족위 국정감사 때 팬이 그린 '팬아트'로 게임 선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실은 <더팩트>과 전화 통화에서 "회사에서 만든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동 및 청소년들이 봐서는 안될 그림이라 지적한 것이다"는 말을 했다. 회사 '부스걸'이 아닌 이벤트 목적 '코스튬 플레이어', 뭔가 비슷한 느낌이다.

몇몇 의원들이 말하는 '게임의 선정성'을 충분히 파악해 '팔찌 제한'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사무국. 하지만 지스타 현장에는 부스걸과 코스튬 플레이를 보고 있는 청소년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육감적인 몸매에 눈을 빼앗긴 청소년들의 카메라 셔터는 언제쯤 멈춰질 수 있을까.

이런 모습은 '지스타' 폐막 이후 '게임 중독법'에 찬성하고 그에 더해 게임의 '선정성'을 문제 삼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 뻔하다. '선정성'에 이어 '게임 중독법'에 미칠 영향까지 온갖 아쉬움을 떨쳐 낼 수 없는 곳, 지스타 2013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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