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환 인턴기자] 미국 의류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이하 아베크롬비)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국내 첫 매장을 오픈했다. 아베크롬비는 최근 백인만을 위한 브랜드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비하하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또 "뚱뚱한 고객은 물을 흐린다"는 발언으로 외모 비하 논란에 기름을 붙였다. 그러나 인종과 외모 차별 발언 논란으로 온라인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도, 소비자들은 "문제될 것 없다"며 아베크롬비 매장을 찾고 있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아베크롬비 국내 1호점을 찾았다. 강남의 유명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한 거리에 아베크롬비 청담점이 있었다. 아베크롬비 청담점은 밖에서 보았을 때 블라인드를 쳐 놔 매장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매장 입구에는 다부진 몸을 가진 남자 직원이 서 있었다. 마이클 제프리스 아베크롬비 최고경영자(CEO)가 2006년 인터넷 잡지인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젊고 아름다운 마른 사람만 우리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잘생기고 멋진 사람만 우리의 고객"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던것이 새삼 떠올랐다.
국내 매장인데도 내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점이 인상깊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What's going on!(무슨 일이야)"이라고 말하며 고객들에게 다가갔다. 고객이 우리말로 말로 물어보면 우리말로 답하기도 했지만,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매장 안에 들어섰을 때 매우 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조명도 어두웠으며 시끄러운 팝(POP)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치 클럽같은 분위기였다. 매장은 2층으로 돼있었다. 1층과 2층에 소비자들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평일 오후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은 꾸준히 매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점도 눈에 띄었다. 아베크롬비는 영캐주얼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20대부터 40대까지 매장을 찾아 이리저리 옷을 둘러봤다. 10만~40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은 겨울 의류를 거침없이 집어들었다.
직원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거리며 자유분방하게 고객에게 응대했다. 매장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자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차있었다. 아베크롬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아베크롬비의 인종차별, 외모비하 논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고객들은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대개 '상관없다'거나 '단지 의류 브랜드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온라인 상에서와 달리 아베크롬비의 차별 논란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이 잇따랐다.
매장을 찾은 반포동에 사는 이모 씨는 "인종차별은 나와 별 상관이 없다"고 무심하게 얘기했다. 청담동에 사는 최모(27)씨 역시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던 것은 오너(마이크 제프리스)의 생각이고, 나는 그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 갈월동에 사는 이모(18)군은 "인종차별과 뚱뚱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단순히 하나의 의류 브랜드 아니겠느냐"며 "소비자들의 생각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을 말했다.
신림동에 사는 직장인 성모 씨는 "예전에 논란이 됐을 때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인종차별은 나쁘지만 옷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신경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논현동에 사는 20대 이모 씨는 "아베크롬비 인종차별은 알고 있었다. 아베크롬비 경영자의 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옷 디자인도 별로고 사실 관심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인종차별을 해놓고 한국에 오픈한 게 우스운 일 아닌가. 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며 "기업이나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줏대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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