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정 기자] AOS 왕좌의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1년 이상 한국 최고의 인기게임으로 독주하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의 독주를 무너뜨릴 대항마로 꼽혀온 '도타 2'가 지난 25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PC방 점유율 4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한국 온라인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굵직한 롤 e스포츠 리그의 흥행은 왕의 힘을 보태는데 충분했다.
도타 2는 이런 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타 2의 한국 서비스를 맡은 넥슨은 지난 6월 연간 리그에 2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히며 게임 성공에 더해 e스포츠 시장을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도타 2는 정식 서비스 직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진입, 이틀 만에 PC방 점유율 순위 25위(게임트릭스 기준)를 기록했다. 이 외 28일 해외팀 초청전을 시작하는 등 세력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롤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는 도타 2지만 롤의 확고한 입지 선점에 '성공 여부'에 대한 업계 반응은 '불투명'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 도타 2-롤, 같은 듯 다르다?
밸브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도타 2와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롤은 AOS 장르에다가 북미발 게임이라는 점이 같다. 100종이 넘는 챔피언들 중 선택해 각자의 포지션으로 이동, 역할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적진을 부숴야 승리하는 방식 또한 동일하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챔피언 조합이 나온다는 점 역시 이 둘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게임에 접속해 플레이 하면 곧바로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도타 2는 개발사인 밸브의 특화된 게임엔진인 '소스(Source)엔진'을 채택해 슈팅게임이나 액션게임에서 사용하는 3D 실사감을 극대화했다. 롤은 '카툰렌더링(Cartoon Rendering)' 기법을 채택해 만화 같은 아기자기함을 제공했다.
이어 도타 2는 롤과 차별화된 '디나이(Deny)'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시스템은 적군이 아군의 포탑이나 크립(Creep) 몬스터를 제거한 후 포인트 획득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다. 체력이 거의 바닥난 아군의 포탑이나 크립 몬스터를 전략적으로 처치하면서 적군의 '경험치'와 '골드' 획득을 막기 때문에 승패의 관건으로도 작용한다.
비매너 게이머들을 위한 제도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마련됐다. '롤'은 배심원 제도를 채택, 많은 횟수의 신고를 받은 게이머는 배심원단의 투표결과에 따라 제재에 대한 수위가 결정된다. 배심원단은 게이머들로 구성된다. 도타 2는 '비매너 게이머'를 위한 공간을 준비했다. 이른바 '트롤(troll)촌'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특정 횟수 이상 신고 받은 게이머가 격리되는 공간으로 이 곳에 갇히면 오직 비매너 게이머와의 경기만 펼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롤에 없는 '디나이' 시스템이 획기적이다. 아군의 오브젝트까지 성장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선 굵은 3D 시스템에 아군의 오브젝트까지 신경쓰려니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롤의 대항마로 불리고 있지만 롤 게이머들에게 조금은 이질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도타 2, 해외 인기 한국으로 끌어 올 수 있을까?
넥슨은 도타 2의 성공을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8일 열린 도타 2 세계 최강팀 초청전 '넥슨 도타 2 인비테이셔널 슈퍼매치'다. 업계는 유명 대회 우승팀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해외 도타 2의 인기를 한국으로 이어 보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의견을 펴고 있다.
e스포츠 관계자는 "롤도 한국 서비스 초창기 때에 '롤 인비테이셔널'을 진행했다. 롤 역시 북미, 유럽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고 이 때문에 그 당시 세계 최고는 북미팀 CLG.NA였다"며, "그런 CLG.NA를 한국의 MiG Frost(현 CJ 프로스트)가 꺾고 우승한 것은 파란이었다. 이후 한국에서 롤이 빠른 속도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롤은 '롤 인비테이셔널' 이후로 2년 가까이 진행된 온게임넷 롤챔스가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전석 유료 좌석으로 진행되는 결승전 역시 전 좌석 매진행렬을 잇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또 실제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기준) 66주 이상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쉽게 넘을 수 없는 기록 갱신을 하고 있다.
이어 그는 "이런 점에서 이번 넥슨의 도타 2 초청전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금 규모도 총 9만 달러(한화 약 1억원)로 크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 인기를 한국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의 문제다"며 "해외 유명 선수를 이용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눈을 끌 수 있는 '사건'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북미, 유럽 그리고 중국 선수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롤 인비테이셔널과 같은 파란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넥슨 홍보실 관계자는 "28일 인비테이셔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자면 현장 인원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약 2시간 넘게 진행된 경기 시간(진행 시간 제외)에도 이탈 인원이 많지 않고 분위기 또한 좋았다. 해외팀에 대한 경외감을 감추지 못하는 관람객도 있었다"며, "장기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이벤트가 아닌 시즌 1, 2, 3 정식 리그로 거듭나면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수준도 높았다. 마지막 유럽의 프나틱과 한국의 언더레이티즈의 경기는 약 40분이 넘는 장기전이었는데 곰티비에서 하는 국내리그보다 멋있는 장면이 정말 많이 나왔다. 이런 좋은 콘텐츠를 마케팅의 일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도타 2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리그 등에 20억 지원 계획을 밝힌 만큼 넥슨 스타터리그, 스폰서쉽 리그, 인비테이셔널 리그 등 베타 서비스때부터 지금까지 3번의 리그를 진행해왔다. 지원은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2014년 초중반 시기에 유저풀이 확충됐을 때, 정규 리그를 계획하고 있다. 정규 리그에 대해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한 나라의 두 명의 왕은 없다!"
AOS라는 한 국가의 '왕좌'를 놓고 '지키기'와 '빼앗기'에 나선 롤과 도타 2. 일부에서는 잦은 롤서버 점검에 지친 게이머들이 도타 2로 빠져 나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e스포츠관계자는 "롤서버 점검에 도타 2로 접속해 흥미를 느껴 이동하는 게이머가 있을 순 있지만 점유율을 뒤집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한국의 PC방 문화를 보면 알 수 있다"며 "롤과 도타 2는 기본적으로 팀 게임이라서 무리를 지어서 할 수 밖에 없다. PC방에서는 주변 사람이 하는 게임이 곧 내가 하는 게임이 된다. 또 롤 '충성' 게이머 중에는 '북미서버'에 계정이 있는 사람이 많다. 한국서버가 막혀도 대처법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타 2가 점유율을 챙겨야 하는 곳은 나머지 점유율 60% 쪽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은 MMORPG, FPS, 스포츠 게임 등 마니아 분포도가 높은 게임이다. 더 어렵다는 말이다. 도타 2는 무조건 롤과 정면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그 전투가 단기가 될 지 장기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공존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넥슨 홍보실 관계자는 "베타서비스 이후 정식 서비스 오픈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방문자 수가 늘고 있으며, 정식 서비스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비교를 많이 당하고 있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게임성이 전혀 다른 게임이다. 사실 경쟁 상대를 떠나서 두 게임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또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며 "하지만 시장 자체가 롤로 기울어져 있고 직접적인 경쟁을 붙는다는 것도 어렵다. 넥슨은 게이머 각각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여러 게임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게이머들을 서서히 확보하며 긴 호흡을 갖고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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