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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생계와 학업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생물학적동등성실험'이 인기를 얻고 있다. / 생동성 아르바이트생 모집 홈페이지 캡처 |
[더팩트 l 박지혜 기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인기를 타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 바로 생물학적동등성실험(이하 생동성 시험)이다. 생동성 시험은 멀쩡한 신체에 불필요한 약을 투여하는 것인 만큼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 등록금, 생활비 마련 위한 ‘궁여지책’
대학생 이모(25)씨는 A 대학병원에서 모집하는 생동성 시험에 참가했다. 2박 3일 동안 항우울제 약을 하루 1차례 먹는 시험이다. 평소에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이 씨는 이틀 만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지원했다.
이 씨는 병원에서 30명~40명의 실험 참가자들과 함께 합숙하면서 시험하고 있는 약을 먹었고 몇 번의 채혈을 한 후 퇴실했다. 며칠 후 이씨의 통장에는 33만원이 입금됐다. 단기간에 30만원을 번 이 씨는 “시험기간에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제일 싫었다”면서 “한번 쉽게 돈을 벌고 나니 일반 아르바이트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생동성 아르바이트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특히 “몇 번의 채혈을 한 후 쉽게 돈을 벌었다”, “다음에 또 참가할 생각이다” 등의 긍정적인 후기가 대부분이 어서 돈이 급한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빠진 이 씨와 달리 부작용을 걱정하는 대학생도 있다. 이씨와 함께 생동성 시험에 참여했던 성모(25)씨는 부작용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특히 성 씨는 지난해 급·만성기관지염 시약 시험에도 참가한 적 있다.
성 씨는 “병원에서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약이며 생체 실험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면서도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때면 가끔은 부작용인 것 같아 불안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식약처, 생동성 시험,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 안타까워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정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실시기관은 39곳이다. 한번 시약 시험에 필요한 인원만 수십 명에 달하기 때문에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만 알선하는 전문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에는 ‘생동성 알바 전문’이라는 간판을 내건 사이트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약 9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확보하고 있을 만큼 생동성 알바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시험하는 약의 종류와 기간에 따라 적게는 30만원~220만원까지 제공하고 있어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이어나가는 학생들은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생동성 시험이 아르바이트와 연관돼 경제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이 계속 아르바이트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 허가 과정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의료 기관에서 시행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시험의 일정 부분이 마치 개인의 돈벌이처럼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어 “안전을 위해 3개월마다 시험 대상자들을 진단하고 의료기관에서만 진행한다.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임상 시험보다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동성 시험은 멀쩡한 신체에 불필요한 약을 투여하는 만큼 부작용이 따를 염려도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생동성 알바 후기를 보면 메스꺼움이나 소화불량, 두통 등 가벼운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험에 참가했던 성모(25)씨 역시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을 호소한 적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한번 시험에 참가한 대학생은 3개월 내에는 참가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들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분별하게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식약처에서도 생동성 시험이 취업난, 등록금과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계돼 인식되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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