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삼성 화성공장 일대 불법주차 '천지'…협력사 직원들만 '눈물'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3.07.25 12:01 / 수정: 2013.07.25 14:23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있는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 내 반도체17라인 확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이 인근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면서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 화성=서재근 기자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있는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 내 반도체17라인 확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이 인근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면서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 화성=서재근 기자

[ 화성=서재근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공장이 들어서 있는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이하 화성캠퍼스) 일대가 거대한 '불법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수백 곳이 넘는 협력사들이 17라인 확장공사와 종합부품연구소(DSR) 공사에 투입됐지만, 정작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근로자들이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여 대가 훌쩍 넘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지역 주민은 물론 단속업무를 총괄하는 화성시에 이르기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화성캠퍼스 현장을 <더팩트>취재진이 집중 취재했다.

◆삼성 협력사 근로자 공사현장 주차? '그림의 떡'

23일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 내 반도체 17라인 공사현장 입구 근처에 있는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은 크게 삼성물산 직원 전용 주차장과 협력사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으로 구분돼 있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오후 4시, 200여대 정도가 들어설 수 있는 주차장에는 삼성물산 직원들의 차량과 일부 협력사 직원들의 차량으로 가득했다. 한눈에 봐도 수천여명에 달하는 사내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화성캠퍼스 안에 있는 주차장에는 사측이 발부한 주차카드를 부착한 차량만이 주차할 수 있었다.
화성캠퍼스 안에 있는 주차장에는 사측이 발부한 주차카드를 부착한 차량만이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된 차량의 앞유리에는 하나같이 연락처와 업체명, 관리자 등을 기재한 주차카드가 붙어있었다.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곳 주차장에는 회사에서 발급한 주차카드를 부착한 차량만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차카드 발급량은 수요량을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협력업체에는 직원 수 등 회사규모에 비례해 주차카드가 발급되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평균 한 업체 당 2~3개의 주차카드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이 역시 해당 업체의 관리소장이나 관리자급 직원들의 몫으로, 일반 근로자들에게 주차증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근로자들은 화성캠퍼스 내부가 아닌 인근 상가단지에 주차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차행위들이 대부분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날 화성캠퍼스 맞은편 상가단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의 수만 하더라도 100~200여대는 족히 넘어 보였다. 심지어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도 눈에 띄었다.

주차공간이 없어 불법주차를 해놓은 근로자들은 걸어서 30~40분이 되는 거리를 하루에도 수차례 왔다갔다하고 있다.
주차공간이 없어 불법주차를 해놓은 근로자들은 걸어서 30~40분이 되는 거리를 하루에도 수차례 왔다갔다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 박모 씨는 "주차카드 발급 절차를 모르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며 "이미 (주차공간이) 포화상태인 마당에 주차카드 발급은 꿈도 못 꾼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이모 씨는 "하루에 한두 번은 단속되는 건 일도 아니다. 심지어 하루에 4번 이상 단속된 사람도 있다"며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여만원까지 벌금으로 나가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주차난에 화성시 '불똥'…삼성 "대책 마련하겠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차전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비단 근로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상가 점주들과 지역주민들 역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상가 점주는 "아침 7시만 넘으면 이미 상가는 주변은 주차장이 돼 있다"며 "2차선으로 이뤄진 골목마다 불법주정차로 빼곡히 차 있어 매번 곡예 운전을 해야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 주차단속을 담당하는 관할 공무원들 역시 폭주하는 민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24일 오전 9시. 두 번째로 찾은 화성캠퍼스 인근 주차상황은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구간은 주·정차 금지 구역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수백 대의 불법주정차들은 오전부터 상가 옆 도로를 장악하고 있었다.

화성캠퍼스 일대 상가 단지 주변 인도 위와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넘쳐났다.
화성캠퍼스 일대 상가 단지 주변 인도 위와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넘쳐났다.

도로 한쪽에서는 주차단속카메라가 장착된 차량이 불법주차 단속을 하고 있었다. 오후 4시까지 3~4차례 이상 단속이 이뤄졌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의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화성시 동부출장소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해당 지역의 주차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라 초기에는 계도 위주의 단속을 했지만, '삼성 봐주기 아니냐', '차별 단속하지 마라'라는 식의 도를 넘은 민원이 속출하고 있어 최근에는 실제 단속을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화성캠퍼스 주변의 불법주차 문제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삼성물산 측도 대책을 마련에 나섰다. 삼성물산 측은 "첫 공사를 시작했을 당시 화성캠퍼스 인근에 주차장을 임대해 운영해왔는데, 지난해 내부적으로 잠시 공사가 중단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주차장 임대계약을 종료했다"며 "공사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현재 화성캠퍼스 안에 수용 가능한 주차시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근로자들이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외부주차시설 운영 재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검토 중이며 조속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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