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90년대 캐주얼 브랜드인 잠뱅이와 NII가 신규 브랜드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다. |
[ 오세희 기자] 최근 패션계의 트렌드는 뭐니뭐니해도 SPA(패스트패션)다. 빠른 시류를 좇아 SPA브랜드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브랜드들 역시 SPA브랜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역경과 고난(?)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캐주얼 브랜드들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5월 주요 캐주얼 브랜드 중 '잠뱅이'는 브랜드 전체 기준 120개 매장에서 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15% 신장률이다. 지난해 매출도 313억원으로 2011년 295억원에서 20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2010년 260억원에 비해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잠뱅이는 지난 1993년도 이화여대 근처에 1호점을 내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외국산 청바지들이 홍수를 이루던 시기에 국내산 청바지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잠뱅이는 1996년도부터 1998년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매장 수 150여 개에 매출 600억원에 이르는 청바지 대표 브랜드로 군림했던 추억의 브랜드다.
1998년도에 출시된 'NII' 역시 건재를 자랑하고 있다. 6월 현재 매장 170개를 운영 중인 NII는 지난 2011년 대비 지난해 연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다. 인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는 NII는 올해 매출 역시 지난해 대비 50% 신장, 점포 50개 확장을 의미하는 '5050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당찬 포부를 내놓고 있다.
1990년대 기자의 학창시절을 함께한 이 브랜드들은 사라질 듯한 위기도 있었지만 20년 가까이를 버텨온 질긴 생명력을 보였다. 잠뱅이는 지난 2006년 이름을 '제이비 어퓨'로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다 쓴 맛을 보고 본래의 상호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2011년 키즈라인을 론칭하고, '제이어퓨'라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NII를 운영하는 세정과 미래도 마찬가지다. IMF 당시 캐주얼 브랜드 NII를 론칭하고 3년 만에 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던 세정과 미래는 이제 오래된 이미지 탈피에 주력하고 있다. 젊은층 공략을 위해 기존 브랜드 심볼을 귀여운 리본 모양으로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리뉴얼은 물론이고,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며 변신에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장수 브랜드일수록 구조적 문제를 상당 부분 안고있어 유지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오래된 브랜드에는 고유 브랜드 느낌을 가지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이를 놓치면 금세 도태된다는 어려움도 있다. 내적, 외적으로 진척이 없을 때는 과감히 오래된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 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새우깡, 비비빅 등 먹거리에만 추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피부에 닿는 의류들도 국민의 기억과 함께한다. 최근에는 SPA 홍수라고 할 정도로 빠른 트렌드가 의류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자에게는 90년대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잠뱅이, NII 매장에서 옷을 고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때문에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브랜드들이 없어지면 추억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오래된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했다. 존재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작은 바람이다.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