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희의 비즈앤룩] 뚱뚱한 모델들의 의류 광고 접수기
  • 오세희 기자
  • 입력: 2013.06.02 11:30 / 수정: 2013.06.07 15:08

최근에는 개성있는 모델들이 의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성있는 모델들이 의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 오세희 기자] 최근 미국의 유명 의류회사 CEO가 "뚱뚱하면 우리 옷은 입지 말라"는 발언을 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 브랜드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키 크고 마른 이들만 매장 직원으로 채용해 소송까지 당했던 이 브랜드는 뚱뚱한(?) 고객을 무시한 처사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마르고, 예쁜 모델을 선호하는 것이 의류업계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국내 브랜드 베이직하우스는 지난 5월부터 김제동, 조정치, 고창석을 모델로 기용했다. 'GOOD PEOPLE, GOOD ORGANIC'이라는 슬로건으로 제작된 이번 오가닉 라인 광고에 일명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친구들을 전격적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번 모델 기용과 관련해 사실은 베이직하우스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매장 직원들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항의를 했다는 것. 이런 반응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의류 광고는 그동안 예쁘고 날씬한 모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기 때문. 실제로 김제동은 광고 촬영 중 "나도 의류광고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감격스러워(?) 했다고 한다.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이들의 광고는 나오자마자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의 모델들과는 다르게 친숙하고 귀여운 매력에 소비자들 역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반응에 베이직하우스는 본래 계획에 없었지만, 6월 말부터 이들의 사진을 매장에 붙이고 본격적으로 오가닉 라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 일본에서는 비만 여성들을 독자층으로 하는 패션잡지가 등장했다. 지난 3월 창간된 '라 파파'라는 잡지는 출판 기념 패션쇼에 일반인 거구 모델 14명을 등장시켜 화제가 됐다. 통통한 이들에게 세련된 패션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를 내세운 이 잡지는 일본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통통한 모델이 의류 판매를 늘린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모델이 자신의 사이즈와 비슷해 보일 때 구매 선호도가 200% 이상 높아졌다. 특히 미디움 사이즈(66) 이상의 여성들은 300%나 구매 선호도가 높아졌고, 자신의 몸매와 전혀 다른 모델을 볼 때는 구매 선호도가 60%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의류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LG패션이 35~45세 남성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일 꼬르소 델 마에스트로'를 론칭하면서 김정운 교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2009년 방송인 노홍철과 웃찾사 개그맨 김경욱을 남성복 브랜드 '타운젠트' 모델로 발탁한 정도다.

이렇게 의류 브랜드들이 기존 예쁘고 날씬한 모델들을 찾는 데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물론 살집이 있고 예쁘지 않아도 옷 잘입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 고객들의 고정관념이 '예쁘고 날씬한 모델이 옷을 입었을 때 나도 입으면 저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해 아직 통통한 모델 기용은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점점 더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이 존중받고 있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의류모델은 예쁘고 날씬한 이들의 성역(?)처럼 여겨지고 있다. 의류모델 역시 다양한 체형과 매력을 가진 이들이 하게 되는 날을 통통한 기자는 바라본다.

[오세희의 비즈앤룩]은 올해 40조원대로 추정되며 매년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국내 패션 시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장 운영을 넘어서 온라인, 홈쇼핑, 국외 진출로 영역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SPA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국내 패션산업을 다양한 각도로 해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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