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비용, ‘현금결제 강요’…웨딩업체 횡포 기승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3.05.31 11:04 / 수정: 2013.05.31 11:04

현금영수증 발부 요청 시 별도의 부가세를 받는 등 결혼 시즌을 앞두고 웨딩업체들의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영수증 발부 요청 시 별도의 부가세를 받는 등 결혼 시즌을 앞두고 웨딩업체들의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재근 기자] 올가을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결혼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웨딩업체들의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임모(28)씨는 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서울 청담동의 한 웨딩업체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계약조건이 이유였다.

업체에서 제시한 계약서를 살펴보니, 헤어 메이크업, 드레스 대여 등 결혼식 준비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 구매를 오직 현금으로만 결제하도록 명시해 놓은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계약서 하단에 '현금영수증 발행 시 부가세 10% 발생'이라고 적힌 글귀였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청담동 지역 대부분의 웨딩업체들이 현금결제 방식을 고수한다"며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의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제휴업체들과 현금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조건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변호사업, 세무사업 등 사업서비스업과 장례식장업, 예식장업, 일반유흥주점업 등 기타업종에 대해 현금영수증 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일부 웨딩업체들은 가격 할인을 핑계로 현금거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등 서비스별 세부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곳도 상당수였다.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등 서비스별 세부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곳도 상당수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계약서 어디에도 스튜디오 촬영, 본식 촬영 등 서비스별 세부 가격은 나와 있지 않았다. 대신 헬퍼비, 드레스 피팅비, 수모비(폐백), 출장비, 혼주메이크업 및 가발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항목만 자세히 적혀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항목만 나열돼 있을 뿐, 각 항목별 세부 가격은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최근 웨딩업계에서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를 선호하는 예비 신부들이 부쩍 늘자 업체들이 저마다 이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지만, 통합 상품이라는 핑계로 서비스별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다른 웨딩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청담동의 또 다른 웨딩업체를 찾았다. 모든 서비스를 '정찰제'로 운영한다고 밝힌 이곳 역시 패키지로 구성된 상품의 전체가격만을 제시할 뿐 메이크업, 촬영 등 서비스별 세부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애꿎은 소비자들이 애매한 계약조건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 촬영, 의상대여, 메이크업 등 예식에 필요한 서비스를 알선 및 제공하는 결혼준비대행서비스 관련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는 2010년 37건, 2011년 45건, 2012년 43건으로 최근 3년간 모두 125건이 접수됐다.

지난 11일 결혼한 이모(30)씨 역시 서울 신사동의 한 웨딩업체에서 계약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 씨가 해당 업체에서 구매한 패키지 상품의 가격은 290만원. 이 씨 역시 서비스별 가격은 알 수 없었지만, 가격 정찰제를 시행한다는 말만 믿고 계약을 했다. 하지만 계약 후 2개월 뒤 지인이 같은 업체에서 동일한 조건의 패키지상품을 30만원이 싼 가격에 계약한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이 패키지 상품을 권유한 플래너 조차 같은 사람이었다.

서비스별 세부가격을 알 길이 없는 이 씨는 해당 업체에 이 같은 사실을 말하고 환급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제공되는 서비스에서 차이가 있다"는 말 뿐이었다.

이 씨는 "부담스러운 결혼비용이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을 아름답게 치르고 싶다는 생각에 전문 업체를 찾아갔다"면서 "하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너무 후회스럽고 화가 났다. 얄팍한 상술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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