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역세권 호재 옛말…분당선 연장 주택거래 씨 말라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3.01.25 10:16 / 수정: 2013.01.25 11:13

지난달 1일 분당선 연장구간(기흥역~망포역) 가운데 하나인 수원 영통역 인근 아파트 단지는 수개월째 매매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재근 기자
지난달 1일 분당선 연장구간(기흥역~망포역) 가운데 하나인 수원 영통역 인근 아파트 단지는 수개월째 매매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재근 기자

[ 서재근 기자] '날개 없는 추락' 중인 주택 경기 시장의 여파가 겨울 한파 못지않게 매섭다. 부동산 시장에서 그동안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던 '지하철 개통 = 집값 상승'이라는 공식도 더 이상 반영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24일 왕십리역에서 출발해 망포역까지 운행 중인 분당선 연장구간(기흥역~망포역) 가운데 하나인 수원 영통역을 찾았다. 지난달 1일 개통 이래 수원에서 성남은 물론 강남지역까지 '한 시간 생활권'을 형성하며 '황금 노선'으로 불렸던 지역답게 역 주변 상권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영통역은 바로 옆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마주하고 있고, 주점과 식당가가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인근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분당선 연장으로 영통역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 상권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반응이다.

지난달 1일 수원에서 성남은 물론 강남지역까지 한 시간 생활권을 형성하며 지하철 운행 전부터 황금 노선으로 불렸던 분당선 연장구간(기흥역~망포역)이 개통됐다.
지난달 1일 수원에서 성남은 물론 강남지역까지 '한 시간 생활권'을 형성하며 지하철 운행 전부터 '황금 노선'으로 불렸던 분당선 연장구간(기흥역~망포역)이 개통됐다.

하지만 영통역 인근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영통역 개통으로 말미암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와 달리 거래는 고사하고 매매거래에 대한 문의조차 이뤄지지 않자 인근 아파트단지 부근의 공인중개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하철 개통 이후 아파트 매매거래가 늘어나기는커녕 단순한 문의전화조차도 오지 않는 실정이다. 오히려 매매가격이 지하철 개통 이후 더 떨어진 곳도 적지 않다"라며 "홈플러스나 롯데마트가 들어서면서 상권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영통역 5~6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신나무실건영2차 아파트 134㎡(약 40평)형은 지난해 3월 5억1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지만, 역 개통 이후인 지난해 12월 4억400만원에 거래돼 1억원 이상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대형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중형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부동산 5곳에 확인해본 결과 이 아파트 84.99㎡(약 33평)형의 평균 매물가격은 3억8000만원선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실제 거래된 가격은 3억6650만원으로 약 13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가 형성됐다.

신나무실 LIG건영 2차 아파트(위쪽)와 살구골 현대아파트 단지 등 영통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하철 개통 이후 매매가격이 오히려 더 내려간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신나무실 LIG건영 2차 아파트(위쪽)와 살구골 현대아파트 단지 등 영통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하철 개통 이후 매매가격이 오히려 더 내려간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매매거래가 자취를 감추면서 이 지역 아파트 입주자들의 근심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영통역 인근의 살구골 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54)씨는 "올해 3월 안산으로 이사를 하게 돼 지난해 10월 공인중개사에 매물을 내놨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달 초 1000만원 더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놨지만,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역 개통 이후 오히려 아파트 매매가격이 더 떨어지는 현상은 분당선 연장선 시·종점역인 망포역 인근 아파트단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망포역은 지난해 12월 분당선 연장선 개통 이후 하루 평균 1만2000여명이 지하철을 이용할 만큼 높은 유동인구가 형성돼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망포역 바로 옆에 있는 망포마을 현대아이파크1차 역시 지하철 개통 이후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는 없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되는 시점에 이뤄졌던 매매거래 1건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 4개월 동안 매매거래는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심지어 급매물조차도 매매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평균시세'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부동산 경기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 하락에 따른 매매기피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어 지하철 개통효과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전세수요만 증가할 뿐 '지하철 개통 = 매매거래 활성화'라는 공식은 더는 부동산 시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자가 이용자들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역을 중심으로 거주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지난 2010년과 11년, 지난해에 각각 한차례씩 취득세 감면 혜택을 적용 했지만, 이마저도 감면종료 시점을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말 취득세 할인 혜택이 종료된 시점에 이미 한차례 거래가 반짝 증가 때문에 올해 초 취득세 할인 혜택이 소급적용이 된다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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