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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
[더팩트|황준성ㆍ오세희ㆍ서재근 기자] 삼성그룹이 국내 재계 1위로 우뚝 서고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뭔가 하나에 꽂히면 집요할 만큼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미래를 보며 달려가는 경영방식으로 삼성그룹을 늘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런 이건희 회장이 있었기에 ‘오늘의 삼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DNA를 물려받아 미래의 삼성그룹을 이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어떨까. <더팩트>은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아 삼성가 3세의 성격과 이건희 회장을 얼마나 닮았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 JY(재용) 스타일
이재용 사장은 어렸을 때부터 삼성그룹을 잇는 재목으로 꼽혔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 1남2녀 가운데 1남이 바로 이재용 사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가의 장남이 당연히 기업을 잇는다는 ‘공식’이 무너진 지는 오래다. 이건희 회장 역시 3남의 신분으로 그룹 총수에 올랐다. 무엇보다 경영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재용 사장 또한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후계자수업을 받았다.
11세 때 일본 유학길에 올라 대학까지 졸업한 이건희 회장과 유사하게 이재용 사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와 게이오 기주쿠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된 교육 덕분인지 이재용 사장은 이건희 회장과 경영방식이 많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건희 회장처럼 늘 경청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직설화법으로 유명한 이건희 회장과 달리 이재용 사장은 말을 한 번 곱씹어서 하는 편으로 알려졌다. 또한 농담처럼 들리는 말도 속뜻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흘려들으면 안 된다고 한 삼성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재용 사장의 이런 성격은 경영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르노삼성자동차 지분매각설이 불거졌을 당시 이재용 사장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을 만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얘기라면 말을 하겠지만, 곤란해 질 수 있어 말하기 어렵다“고 대답을 피하면서도 속뜻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외에도 이재용 사장은 삼성-애플 소송관련에 대해 모든 사항을 직접 보고받을 정도로 꼼꼼하다. 이건희 회장에게 올라가는 보고도 거의 직접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생각이 깊고 차분하다. 과거 e삼성에 대한 실패의 경험 때문인지 경영에 대해서도 작은 일을 놓치지 않고 있다”며 “또한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있어 보는 이들을 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삼성 홍보팀은 이재용 사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아꼈다.
◆ BJ(부진) 스타일
이건희 회장의 이부진 사장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국외 출장길에 나서는 이건희 회장 옆에는 거의 대부분 이부진 사장이 함께했다. 뿐만 아니라 호암상 시상식을 비롯한 국내 주요 행사에도 이건희 회장 옆에는 늘 이부진 사장이 있다.
개인의 경영능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건희 회장의 평소 사람에 대한 평가 스타일을 고려하면 맏딸에 대한 특별한 부정(父情)은 이부진 사장의 업무능력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는 사실을 방증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부진 사장은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하고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번 마음먹은 사안에 대해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은 이미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삼성가 3세 가운데 유일하게 '리틀 이건희'라는 수식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부진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지금까지의 업적들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소위 재벌가 딸들의 '면세점 전쟁'으로 불렸던 롯데면세점과 루이비통 유치전은 그녀의 과감한 업무추진 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해 4월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 방한 당시 이부진 사장은 신라면세점의 루이비통 유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직접 마중을 나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부진 사장의 '발로 뛰는 경영'은 결국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매장을 공항 내 면세점으로 입점 시키는 쾌거로 이어졌다.
승부사적 기질을 타고난 이부진 사장은 호텔 내 현장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스킨십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호텔신라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회식을 하는 것은 물론 식사 후 인근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서비스업 특성상 개인 직원들 간 의사소통은 매출과도 직결될 만큼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부진 사장은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며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호텔을 돌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찾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는 이부진 사장의 소통경영에 직원들 역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 SH(서현) 스타일
세 남매 중 막내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위기의 순간, 공격적인 경영으로 돌파하는 스타일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형제들보다 뒤늦게 경영 일선에 나선 이서현 부사장은 2005년 제일모직 상무, 2009년 전무를 거친 후 2010년 부사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하며 빠르게 3세 경영인으로서의 길을 닦아 나갔다.
특히 재계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이서현 부사장은 패션 쪽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은 세계 3대 패션학교로 불리는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공부한 후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예술가적 능력을 발휘하며 다양한 분야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패션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아버지를 닮은 과감한 경영 능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3년간 준비했던 SPA(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론칭한 데 이어 빈폴 아웃도어 등을 내보이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올해 3월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주목해야 할 아시아 여성 기업인 15명'에 선정되며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이서현 부사장은 국외 사업에 적극적이다. 디자이너 육성과, 브랜드 론칭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외 진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구찌·이브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테오 판토네 디자이너, 프라다 수석 디자이너였던 만드리노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연예기획사와 합작 브랜드를 만드는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생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모직과 함께 임원을 맡고 있는 제일기획에서도 특유의 경영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이 2009년 취임한 이후 제일기획은 각종 국제행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2012 칸 국제 광고제'에서는 금상 3개, 동상 3개 등 여섯 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소통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든 이서현 부사장의 공이 컸다는 게 내외부의 분석이다.
일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서현 부사장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서현 부사장은 회사 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회사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간담회를 하고, 편안한 농담으로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등 임직원들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서현 부사장은 불시에 한 번씩 매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의견을 준다. 직접 챙기며 섬세하게 지시한다"며 "또한 제일모직이 불황에도 올 4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서현 부사장의 넓은 시각과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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