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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의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식당 '봉래헌'을 운영 중인 메이필드 호텔의 점심 특선 메뉴 들깨탕. |
[ 서재근 기자]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의 한식 기피 현상이 여전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내세워 적극 지원에 나섰지만, 특급호텔들 대부분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식당 운영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누리당 소속 조해진 의원에게 제출한 "호텔 한식당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특급호텔(1급 이상) 315곳 가운데 전체의 42.5%에 해당하는 134곳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의 비중이 가장 적은 곳은 서울지역으로 전체 77곳 가운데 단 15곳에서만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 특1급 19개 호텔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서울(무궁화),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온달, 명월관), 르네상스 호텔(사비루), 메이필드 호텔(낙원/봉래헌), 세종호텔(은하수·한식뷔페)뿐이다.
특급호텔들의 한식당 운영 기피 현상은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4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한가위)과 웨스틴 조선 호텔(셔블), 호텔신라(서라벌)가 차례로 한식당 영업을 중단했고, 다음해인 2005년에는 서울 프라자호텔(아사달)이 뒤를 이었다.
2006년 드라마 '대장금'의 열풍으로 중국, 홍콩, 일본, 이란 등 세계 각국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을 당시에도 정작 외국인이 많이 찾는 국내 특급 호텔들은 한식당 운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특급호텔들의 한식당 운영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008년, 정부는 한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한식을 세계에서 인정받는 음식으로 성장시키겠다며 '한식세계화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2009년에 호텔 등급 평가 기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다음해인 2010년에는 한식당을 신설하는 특급 호텔에 1억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하는 등 특급호텔들의 한식당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특급호텔들이 한식당 운영을 꺼리는 데는 무엇보다 한식당의 낮은 수익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호텔 업계의 설명이다. 한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서울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한식의 경우 반찬의 수가 많아 조리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일식이나 중식보다 상대적으로 재료값, 인건비 부분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순히 수익성을 이유로 한식당 운영을 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메이필드호텔 등은 한식당을 통한 매출 신장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약 50억원을 투자해 한식당 '무궁화'를 개보수한 롯데호텔 서울은 전통한식 코스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1000만원 이상의 일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필드호텔 역시 한식당 '낙원'과 궁중 한정식 코스요리를 메인 메뉴로 하는 한정식당 '봉래헌'이 호텔 내 8개 레스토랑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메이필드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8개의 레스토랑의 전체 매출 가운데 낙원과 봉래헌 두 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 25%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매출이 한식당에서 나온다"며 "한식이 조리법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메뉴를 지속해서 개발하고 연구한 결과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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