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화장품, 한류 마케팅 열풍 ‘후끈’
  • 문지현 기자
  • 입력: 2012.10.13 11:41 / 수정: 2012.10.13 11:41

명동 화장품 가게들은 간판보다 한류 연예인 사진을 더 크게 걸어놨다.  / 문지현 인턴
명동 화장품 가게들은 간판보다 한류 연예인 사진을 더 크게 걸어놨다. / 문지현 인턴

[ 문지현 인턴기자] 과거 금융의 거리였던 명동은 중저가 화장품 가게들이 생기며 ‘패션, 뷰티’의 거리로 변했다. 명동에 찾아오는 사람들 반이 외국인인 만큼 화장품 가게들은 특별한 마케팅으로 손님을 끌고 있었다. ‘한류’를 화장품에 접목시킨 것이다.

<더팩트>에선 명동에 있는 화장품 가게들이 한류 마케팅으로 어떻게 외국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는지 알아봤다.

◆ 연예인 마케팅 ‘실제 크기 밀랍인형까지’

12일 명동역 6번 출구 앞 일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향한 곳은 화장품 가게가 모여 있는 골목이었다. 거리에 있는 수많은 화장품 가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탄식을 자아냈다. 명동의 화장품 가게는 브랜드 뿐 아니라 드러그 스토어 포함 총 106개가 있다.

특히 화장품 가게 앞에는 한류스타 장근석, 김현중, 이민호 등 스타들의 포스터가 간판보다 크게 붙어있어 포스터와 촬영하는 외국인들은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화장품 브랜드 직원은 “평균적으로 하루 동안 찾아오는 손님의 60%가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스타들의 포스터 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포스터 홍보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매장 안에 실물크기와 똑같은 이민호 밀랍인형을 전시해 뒀다. 가게 안에는 중국관광객들이 이민호 밀랍인형과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고 있는 등 마치 하나의 관광 명소처럼 시끌벅적한 모습이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이민호의 밀랍인형으로 동남아권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실제 이민호와 같은 크기의 인형이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이 좋아한다. 한류 스타를 모델로 함으로서 홍보효과가 큰 건 사실”라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는 일본 메이크업 아티스트 잇코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에뛰드하우스 관계자는 “잇코가 일본 언론에서 우리 제품을 한번 씩 보여주면, 일본인들은 TV 장면에 나온 제품을 핸드폰으로 찍어 와 찾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 대표 모델 산다라박과 샤이니는 태국과 일본, 중국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왼쪽)이니스프리 매장내 이민호 밀랍인형을 설치해 뒀다. (오른쪽)미샤 명동점 앞 모델 유노윤호의 전신 사진이 꾸며져 있다. /문지현 인턴
(왼쪽)이니스프리 매장내 이민호 밀랍인형을 설치해 뒀다. (오른쪽)미샤 명동점 앞 모델 유노윤호의 전신 사진이 꾸며져 있다. /문지현 인턴

◆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간 마케팅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대상이다 보니, 명동 화장품 매장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에뛰드 하우스의 경우 2층에 한국어를 잘 못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통역 상담사가 상시 배치돼 있고, 외국인 전용 판촉물은 물론 환전도 해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고객을 끌어들여 에뛰드하우스는 월평균 30억원 수입을 내고 있었다.

에뛰드 하우스에서 마스크팩을 꼼꼼히 살펴보던 일본인 관광객은 대량구매를 원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직원은 일본인 고객을 2층으로 안내했다. 모델 잇코가 추천한 비비크림과 마스크는 관광객들이 대량 구매해 하루 3000개 이상 팔리기도 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명동점 이외 ‘명동월드점’을 오픈했다. 명동월드점 표지판에는 ‘외국인 전용층’이라고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층은 일본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층으로 한류 연예인 사진들을 전시해 놓고, 화장품 설명도 일본어로 돼 있었다. 3층은 CD와 DVD를 파는 곳으로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을 위해 꾸며 놓았다.

네이처리퍼블릭 가게로 들어오는 일본인들은 표지판을 보곤 2층으로 바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비비크림 10개와 마스크팩을 대량으로 집어 계산하곤 양손을 무겁게 하고 나갔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명동에 총 8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월평균 30~35억원의 수입을 내고 있다.

◆ 외국어로 세일 설명, 소외감 느끼는 한국인

명동 화장품 업체들은 특히나 다양한 언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더페이스샵에선 직원들에게 기초생활일본어를 가르쳤으며, 잇스킨에서는 중국동포가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처럼 각 화장품 가게에서는 2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뽑거나 간단한 교육을 통해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는데 문제가 없게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객행위도 외국어로 하고, 가게 내부 언어도 일본어와 중국어로 돼 있어 한국인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친구들과 화장품 사러 들어가면 온통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신경 쓰기 때문에 물건 고르기가 민망할 때가 있다. 한국 가게에 들어간 것이 아닌 외국 가게에 들어간 느낌마저 들기 때문에 소외감 느껴질 때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매출의 80%를 자랑하지만, 내국인들은 그만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명동 화장품 거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인 몰이’라 언급할 만큼 인식이 바꼈다. 주부 김모(45)씨는 “가끔 세일한다기에 들어와 보면 어떤 제품을 세일하는지 한글로 적혀있지 않아 일일이 물어볼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 화장품브랜드 판매자는 “화장품을 대량으로 사는 고객이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니 당연히 외국어로 홍보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일본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뽑힌 것 같다. 매장 직원들도 2개 언어를 할 수 있다. 가끔 안에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에게 인사말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wlgus0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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